클래식에는 별로 조예가 깊지 못하다. 특히 모차르트의 피아노 연주곡 등은 너무나 현란해서 별로 즐겨 듣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좋아하는 모차르트 곡이 있다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K.622 제2악장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무언가 차분한 듯,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심란한 일이 있을 때면 클래식을 들으며 마음을 정돈하는데, 이때 즐겨듣는 곡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곡이다. 특히 클라리넷 연주가 차분하면서도 광활한 대지나 자연을 연상시킨다. 모차르트의 음악의 작품인 레퀴엠이 작품 번호가 K.626이니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죽기 얼마 전에 쓰인 곡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모차르트가 죽기 얼마 전에 자신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안톤 시타들러에게 헌정한 곡이라고 한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모차르트 편을 읽으면서 야 이 곡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현란한고 자신만만한 젊은 날의 피아노 연주곡들이 왜 죽음을 앞두고는 이렇게 쓸쓸하기까지 한 차분한 곡으로 변했는지를.
이 책은 모차르트의 천재성보다는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 특히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우리는 대부분 모차르트는 천재라고 부르지만, 이 책에서는 모차르트를 아버지 레오폴트에 의해 만들어진 천재로 보고 있다.
"당연시하고 지나치기 쉬운 모차르트의 재능에 대해서도 실은 수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는 타고난 천재였을까, 아니면 아버지 레오폴트 덕분에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고향 잘츠부르크의 봉건적 질서에 온몸으로 맞서고 저항했기 때문에 불멸의 걸작을 남길 수 있었을까." P 15
"우리는 천재 탄생이라는 신화에만 관심을 쏟는 나머지 신화 이면의 인물들은 간혹 잊고 지나친다. 모차르트 신화에서 주연 배우가 모차르트라면, 모차르트의 재능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보고 절대적 확신을 가졌던 연출가는 아버지 레오폴트이다. 레오폴트의 눈에 비친 모차르트는 '신이 잘츠부르크에 내려준 기적'이었다." P 49
잘츠부르크의 연주가였던 모차르트 아버지 레오폴트는 '난네를'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누나인 안나 마리아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다가 4살짜리 모차르트가 연주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생을 이 모차르트라를 키우는데 일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는 우선 모차르트가 6살 때 오스트리아 황족들 앞에서 연주를 시킨다. 그리고 궁중 음악가인 자신의 직업에서 휴직을 하고 어린 모차르트와 난네를을 데리고 유렵 여행을 떠난다. 이 책에서는 이것을 1차 그랜드 투어라고 한다. 그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여행경비를 마련하고, 난네를과 모차르트를 데리고 유럽의 궁정과 극장 등에서 연주를 한다. 이 여행은 3년 가까이 계속되어고 꽤나 많은 호응과 금전적인 수익을 얻었다. 그러자 이제는 모차르트만 데리고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2차 그랜드 투어를 떠난다. 저자는 모차르트의 음악적 시야나 재능이 어린 나이의 광활하고 다양한 유럽의 문화를 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당연히 이 부분은 아버지 레오폴트의 공이었을 것이다.
"흔히 신동 탄생'은 아이의 재능에만 달린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차르트 가족의 그랜드 투어는 두 가지 요소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러준다. 아이의 재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부모의 전문가적 식견과 아이가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추진력이다. 모차르트 가족의 그랜드 투어는 레오폴트의 예술적 감식안과 추진력,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경우이다." P 72
그러나 모차르트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자 아버지와의 갈등이 시작된다. 레오폴트는 모차르트의 성공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모차르트를 파리로 보내었다. 모차르트는 파리에서도 음악 실력을 보여 주지만 보수적인 파리의 귀족들이나 지도층과 마찰을 일으키고 힘들어한다. 거기다가 어머니까지 병이 들어 파리에서 죽자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파리로 돌아온다. 특히 콘스탄체라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는 과정에서 그 갈등이 극에 다다른다. 저자는 단순히 모차르트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지나친 관섭을 비판하기보다는 양자의 입장에서 둘의 관계를 바라본다. 아버지 레오폴트의 심정 역시 충분히 이야기한다.
"모차르트의 사랑과 결혼에는 언제나 훼방꾼이 있었다. 아버지 레오폴트다. 아들의 연애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통제하려 했던 레오폴트의 모습은 오늘날 기준에서 보아도 분명 지나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정 관면에 사로잡히면 전반적인 관점에서 한 사람을 평가하지 못하고, 평면적이고 부분적인 이해에 그치기 쉽다. 1777년 9월 아내와 아들 모차르트를 구직 여행길에 떠나보낸 뒤 누구보다도 깊은 슬픔에 빠졌던 건 다름 아닌 레오폴트였다. 오늘날 말로는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것이다. 모차르트만 잘츠부르크 궁정에 넌더리를 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직장 생활이 힘들었던 건 레오폴트도 마찬가지였다. 1778년 2월 편지에서 '나는 대주교의 행동에 굽힐 수 있지만, 너의 행동에는 무너지고 마는구나. 대주교는 나를 아프게 만들지만, 너는 나를 죽게 할 수도 있단다'라고 괴로움을 토로했던 건 모차르트가 아니라 레오폴트였다." P 172
결국 결혼 후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대주교와의 갈등으로 직장을 잃고,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갈등으로 인해 잘츠부르크와 거리를 둔다. 그 후 프라하에 정착했지만 경제적 빈곤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 시기에 지어진 곡이 앞에서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젊었을 때의 자신만만하고 현란한 음악 대신 조금은 인생을 관조하고 깊게 바라보는 모차르트의 시선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죽기 바로 전에는 발제크 백작에게 죽은 자신의 젊은 아내를 위한 장송곡을 의뢰받는다. 그것이 모차르트의 마지막 곡이 레퀴엠이다.
이 책은 음악적인 부분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는 모차르트 여정을 따라가며 그가 여행한 도시들을 여행한다. 모차르트의 인생과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모차르트의 음악보다는 인간 모차르트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다. 모차르트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