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해외여행을 할 때면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같은 현대식 건물에 같은 사람들이지만, 각각의 도시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음식마다 맛이 다르듯이, 도시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랜 시간 그 도시를 만들어간 역사와 그 도시에 담겨 있는 예술적 향기가 그 도시를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 도시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시간과 물질이 내게는 제한이 되어 있다. 결국 책이라는 훌륭한 여행 도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도시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를 그런 의미에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을 받았을 때 놀랐던 것은 책의 고급스러움이다. 멋진 양장에 화려한 표지와 책에 담긴 뛰어난 화질의 예술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유럽의 도시들의 역사와 그 도시들 속에 담긴 훌륭한 예술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는 도시는 로마이다. 근대시대에 로마는 유럽의 왕족들과 귀족들이 여행의 목적지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었다. 지금의 유학의 개념처럼 왕족이나 귀족의 자녀들이 몇 년씩 이곳에서 머물며 이곳의 학문을 공부했다. 로마는 로마제국의 역사와 예술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당시에도 미술이나 음악, 건축에서 선진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당시 로마의 유명한 예술품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는 고대 로마의 향수를 담는 그림들이 있다. 이런 고대 문명을 품고 있는 것이 당시 로마의 매력이었고, 그 매력을 그림으로 그린 화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니콜라 푸생이나 클로드 로랭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당시 이탈리아 화가들의 선진화풍을 유럽 화가들이 모방한 작품들이 많고, 그로 인해 로마의 예술적 경향이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두 번째 소개하는 도시는 런던이다. 런던의 카이사르의 원정 때부터 세워진 고대 도시이다. 런던에는 거대한 템스강이 흐르고, 여러 번의 홍수와 화재로 도시가 소실되었다가 건축되기를 반복되었다. 그래서인지 런던에는 유명한 건축물들이 많다. 특히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건축물은 세인트 폴 성당이다. 바로크 양식이 이 성당은 당시의 기술과 규모에 비해서 비교적 짧은 35년 만에 완성이 되었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이 건물은 장대하고도 화려하다. 그럼에도 견고하게 건축되어 2차 세계대전의 폭격을 받고도 건재했다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세인트 폴 성당은 1675년에 착공되어 불과 345년 만인 1710년, 렌의 생전에 완공되었다. 단시일 내에 완공되었다고 해서 이 성당의 규모가 작거나 허술한 것은 아니다. 성당의 돔은 지름 34미터 지름 42미터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돔이다.(성 베드로 성당의 공사기간은 120년이었다) 런던의 실용적인 분위기와 달리 이 성당의 안팎은 바로크 양식의 성당답게 장대하고 화려하다. 성당의 높이, 돔 꼭대기 십자가까지의 높이는 무려 111.3미터에 이른다. - 중략 - 세인트 폴 성당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하루에만 스물여덟 발의 포탄을 맞을 정도로 독일 공군이 집중적 공격을 받았으나 무너지지 않았다." (P 48)
런던과 비교되면서도 유럽의 예술의 또 다른 중심지가 있다면 단연 프랑스 파리이다. 이 책은 근대 파리의 문화와 예술이 1840년의 혁명을 통해 영향을 받았음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파리의 개선문이 있다. 로마의 개선문의 영향을 받은 이 건축물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의 사망자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미술과 음악에서도 혁명 이후 낭만주의적인 경향에 영향을 받는다. 미술에서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음악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등이 대표적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도시는 스페인의 도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이다. 얼마 전 스페인의 예술에 대한 책을 읽어서인지, 더욱 관심 있게 이들 도시에 관해서 읽었다. 근대의 스페인 예술은 펠리페 2세 때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스페인은 무적함대로 대표되는 유럽 최대 강국이었고, 식민지를 통해 수많은 부가 들어왔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시대는 영국과의 해전에서 무적함대가 파멸과 함께 짧게 사라졌다. 당시의 스페인의 미술 작품들은 이런 스페인의 화려한 영광과 쇠락을 다루는 작품들이 많다. 특히 가톨릭을 배경으로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작품들이 많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엘 그레코나 고야 등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유럽의 도시들을 경험할 수가 있었다. 비록 직접 가보지는 못한 곳이 많지만, 책으로나마 유럽의 도시들을 방문하고, 그 도시가 품고 있는 예술의 향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화려한 재질의 그림과 사진들이 마치 미술관의 컬렉션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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