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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도서] 모네

허나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연한 기회에 [기방 도령]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조선시대 기생을 어머니로 둔 주인공 허색(준호 분)이 사대부 여인 해원(정소민 분)을 사랑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사대부 여인을 상대로 남자 기생의 역할을 하면서 여러 가지 소소한 재미들이 있었지만, 여러 사람들의 평처럼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서는 진한 감동이 있었다. 허색은 자신의 처지를 알고 해원과의 사랑을 포기한다. 해원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간다. 오랜 세월이 흘러 산속에 칩거하고 있는 노인이 된 허색을 해원이 찾아간다. 해원은 허색을 직접 만나지 않고 여종을 통해 자신의 초상화만을 전달받고 간다. 그리고 카메라는 먼 발치에서 해원을 바라보는 노인이 된 허색의 뒷모습을 잡는다. 카메라가 서서히 허생의 방안을 비춘다. 그곳에는 해원과의 추억이 담긴 장면들이 그려진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평생 해원과의 추억을 그리며 살았던 것이다. 인생의 짧은 순간의 만남. 그 순간에 그를 가득 채웠던 감정. 그 순간의 느낌과 색깔. 그는 평생 그것을 느끼며 그것을 그리며 살았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평생 한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좇으며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클래식 클라우드 모네 편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에게는 흔히 인상주의 화가로 잘 알려진 '클로드 모네'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화가이다. 주로 야외의 풍경이나 정원의 꽃 등을 그렸고, 그중 그의 [수련]이라는 작품은 시리즈로 인기를 누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가 화가로서 막 화가로 활동하던 초기 시기에 어린 시절의 고향인 항구 도시인 르와브르에 가서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비판으로 인상주의라는 용어라 처음 시작되기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대상은 항구의 풍경이나 그 항구에 떠 있는 배가 아니다. 항구와 배를 조명하고 있는 찬란한 빛이다. 거의 빛의 향연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이 작품에는 화려한 빛의 색깔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모네가 평생 그리려고 했던 그 빛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가 화폭에 담으려 했던 그 빛 느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모네가 일평생 좇았던 것이 바로 그 빛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모네는 자연의 빛을 그리는 동시에, 회화가 새롭게 나아갈 길에 빛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습도가 높은 공기 속 햇빛의 색, 바람이 많이 부는 날 하늘색, 시간에 따라 바뀌는 밤하늘 어둠의 농도, 기상의 상태에 따라 달리 보이는 나뭇잎과 물의 색 등 자연 속에서 빛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과 분위기의 차이에 주목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지각하지 못하던 것들이 모네의 그림을 통해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모네가 밝힌 빛을 따라 또 다른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나갔다. 모네가 추구한 빛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빛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제 빛이 가득한 모네의 화실을 찾아 나서보자." (P 17)



이 책은 모네의 일생과 그의 작품들을 그가 거주했던 센 강을 따라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의 처음 시작은 모네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센 강의 하구인 항구 도시 '르와브르'에서 시작된다. 모네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이를 반대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경제력이 있는 고모의 후원과 그의 재능을 알아 본 부댕이라는 스승에 의해서 화가의 길에 들어선다. 부댕은 모네에게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법을 전수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아마 언급하지 않지만, 그 시기에 화려한 빛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후 파리로 가서 본격적인 화가 수업을 시작하지만, 그가 화가가 되는 과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모네가 당시의 정통적인 고전주의 아카데미의 수업과정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화풍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시기에 바지유와 같은 동료들을 만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게 된다.


"그 자신 역시 능력 있는 화가였던 바지유는 동료들과 새로운 미술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는 거대한 이념이나 이상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을 화폭에 담는 것이야말로 화가로서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친구인 르누아르와 모네 등과 함께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자고 제안했다. 그렇지 않아도 실내에서 고전적인 인물 묘사만 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던 모네는 바지유, 르누아르, 피사로 등과 함께 코로와 밀레 같은 바르비종파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던 퐁텐블로 숲으로 나가고는 했다. 바지유와 부댕이 있는 옹플뢰르에 머무르며 바다 풍경을 그리고도 했다." (P 61)



이런 모네의 도전은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혔다. 기존 미술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했다. 사랑하는 여인인 카미유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부자인 친구 바지유와 후원자인 사업가 오슈데 부부의 도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카미유의 병까지 걸려 극심한 가난과 어둠의 시기를 보낸다. 이 시기에 그는 '아르장퇴유'라는 곳에서 [생라자르역] 시리즈를 그리며 힘겹게 그림으로 세상과 싸웠다.



"특히 [생라자르역] 연작을 그릴 때, 모네는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아르장퇴유를 떠나 파리에 잠시 머물고 있었다. 그의 작품을 사주던 오슈데는 사업이 잘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샀던 작품 몇 점을 도로 사 가라고 제안했고, 뒤랑뤼엘 역시 모네에게 돈을 대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둘째를 임신한 카미유가 병을 얻으면서 상황은 더욱 우울해졌다. 그토록 힘든 시간이었지만 모네는 또 붓을 들었다. 그러고 보면 모네가 붓을 놓은 시기는 거의 없었다. 인생에서 어떤 기쁘거나 슬픈 일이 닥쳐도 그는 당연한 듯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P 128)



결국 베퇴유라는 곳에서 그는 카미유가 죽는 가장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경험했다. 그는 카미유의 죽음 앞에 무력해 하면서도 그녀의 죽음을 그림으로 남긴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그것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모네의 편지를 인용한다.

"어느 날 무척 사랑했던 사람이 죽어가는 침대 옆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점점 죽음이 드리워지면서 창백해지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습니다. 푸른색과 노란색 그리고 회색의 색들을 보면서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요? 어쩌면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나려고 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그리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릅니다." (P 140)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전율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그가 평생 잡으려고 하고 간직하려고 했던 빛의 색깔들이 단지 화려한 색깔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해돋이라는 작품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밝은 빛이었더면, 카미유의 임종에 대한 그림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빛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고 담으려 했던 빛은 두 개 모두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모네는 그의 인생에서 기억하고 싶어 하는 그 순간의 빛들을 모두 화폭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그 후 모네는 또다시 어두운 시기를 보내지만, 다행히 그의 작품이 미국에서부터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는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회복되고, 후원자였던 오슈데의 아래 알리스와 재혼을 해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말년에는 지베르니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그것을 화폭에 담으며 여생을 보내었다.



모네의 일생과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가 평생 쫓아다닌 것이 빛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빛은 단순히 사람의 눈에 보이는 색깔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삶의 기쁨과 불행, 환희와 슬픔을 모두 담고 있는 빛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비춘 빛을 기억하기 위해 평생 그 빛을 그리며 보내었다. 그는 과연 그 빛을 그리면서 어떤 감정이었을까? 모네의 작품을 직접 마주한다면 나도 그가 느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을까?


리뷰어클럽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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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책찾사

    가을남자님의 리뷰 도입부부터 공감이 갑니다. 저도 [기방 도령]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모네에 대한 책과 잘 연결하여 언급해주셨네요. ^^
    가을남자님의 리뷰를 읽으면 마치 그 책의 정수만을 모아서 읽는 느낌이 들어서 아직 읽지 못한 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참 좋네요. 모네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가을남자님의 그에 대한 해석이 참 돋보이는 리뷰인 것 같습니다. ^^

    2020.03.06 23: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리뷰어클럽에서 받은 지 오래 된 책인데~~ 이제야 리뷰를 남기네요... 이 책을 통해 모네에 대해 깊이 있게 되었어요... 예술이든, 문학이든, 철학이든, 한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룬 분들은, 무언가에 깊이 매료된 분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네요... 모네가 매료되었던 그 빛이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2020.03.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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