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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의 우주

[도서] 내 몸속의 우주

롭 나이트,브렌던 불러 공저/강병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작년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에 두던 작은 화분들은 다 처분했다. 그럼에도 오래전에 선물로 받은 대형 화분은  너무 마음에 들어 차마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막 일어서기 시작한 아이가 까치발로 서서 화분의 흙을 만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것을 오도독 씹기도 한다. 아내는 그것만 보면 기겁을 한다. 나 역시 아이가 흙을 만지지 못하도록 하지만, 가끔씩은 어릴 때 흙을 만지고 노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기생충 학자인 서민 교수의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아이들이 흙과 노는 것이 멀어지고, 기생충들이 없어지면서부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공격할 것이 없어지자, 자기 몸을 공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민 교수가 추천한 [내 몸속의 우주]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유명한 TED 강연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작년에 이 시리즈 중에 [테러리스트의 아들]이란 책을 읽으며 많은 감명을 받은 기억이 난다. 테드 강연은 우리 삶에 실제적인 연관이 있는 다양한 강의들을 책으로 편집한 것이다.

[내 몸속의 우주]라는 책은 미생물연구 학자이자 소아과 교수인 롭 나이트가 우리 몸의 미생물에 관하여 쓴 책이다. 우리는 미생물이나 세균이 내 몸에 산다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 그래서 항상 손을 소독을 하고, 기생충 약을 먹고, 살균제 등을 뿌린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이런 부분에 더 예민하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 인간 자체가 미생물의 정원이라고 말한다. 인간 세포가 10조 단위라면, 인간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세포수는 100조 단위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가 99,99퍼센트 일치하는 반면, 인간에 사는 미생물은 사람마다 틀리고, 비슷한 확률은 10퍼센트 미만이라고 한다. 또한 신체의 부위마다 다른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로 쓰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미생물을 채취하면 오른손이 자판과 왼손 자판의 미생물이 다른 종류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주로 이런 미생물들을 제거하는 쪽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내 몸에 세균이나 미생물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꺼림칙한 일인가. 그런데 저자는 '나'라는 존재는 사실 많은 미생물들의 집합체이고, 이런 미생물들이 나란 존재의 건강과 체질, 성향까지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다. 이런 미생물들이 사람의 소화를 돕기도 하고, 반대로 소화에 장애를 주기도 한다. 또 어떤 미생물은 사람을 비만하게 만들도 하고, 어떤 미생물들은 사람을 날씬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미생물은 사람의 기분까지 좌지우지하여 사람을 느긋하게도 하고, 불안하게도 만든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뚱뚱하거나 성격이 모난 것도 미생물 때문일지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또 지나치게 미생물의 양을 변화시키면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항생제의 남용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읽은 부분이 항생제를 네이팜탄에 비유하는 부분이다. 항생제가 마치 주변을 모두 쑥대밭으로 만드는 네이팜탄처럼 작용해서 우리 몸의 미생물들을 고갈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항생제는 독이다. 인간보다 세균에 더 독상이 강할 뿐이다. 세균들은 생화학적으로 우리와 많이 다르다.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처럼 공통적으로 지닌 분자의 형태가 다르기도 하고, 세균의 세포벽을 합성하는 효소처럼 포유류에게는 없는 분자적 메커니즘이 있디고 하다. 항생제는 단백질을 합성하고 세포분열을 일으키고 세포벽을 합성하고 영양소를 세포 속으로 운반하는 등 세균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하는 기본적인 과정을 표적으로 한다. 때때로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또는 세포막에 구명을 뚫어 마치 쌀자루에 구멍을 뚫린 것처럼 필수적인 요소가 새어 나오도록 하여 세균을 사멸시킨다. (P 127)

특히 항생제가 투여하는 과정 속에서 죽지 않는 세균들은 오히려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되고,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를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몇 해 전 심한 감기가 걸려서 기침이 멈추지 않은 적이 있었다. 병원에 가니 항생제를 포함한 약을 조제해 주었고, 그러고도 기침이 멈추지 않자, 더 강한 항생제를 투여해 주었다. 그렇게 기침이 멈추지 않자, 3개월 가까이 항생제가 포함된 약을 먹었다. 중간에 멈추고 싶어도, 항생제를 중간에 끊으면 오히려 더 강한 내성이 생긴다는 의사에 말에 끊을 수도 없었다. 결국 몸의 모든 균형이 무너지고, 비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알레르기성 질환에 시달린 적이 있다. 이제는 감기가 걸려도 될 수 있으면 항생제를 피하고 스스로 치료를 하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도 스스로 자신의 몸이 어떤 체계로 움직이고, 약이나 주변 요소들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미생물을 통해서 인간의 몸을 설명하고, 미생물과 건강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 책은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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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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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너무 가둬놓고 키우는 것도 아이의 면역력을 위해서 좋지않겠죠.

    2017.02.27 14: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그러게요.. 그런데 도시에서는 아이들 풀어놓고 키우기도 마땅치가 않아요..벌써부터 고민되네요 ㅎㅎ

      2017.02.28 12:16
  • 파워블로그 파란하루키

    오~ '흙을 먹는' 본능이 원래 아가일 때부터 있는 건가봐요.

    2017.02.28 11: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맞아요... 아무리 혼내도 흙만 보면 홀릭이 되네요 ㅎㅎ 성경에는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졌다는데 그래서 그런가봐요 ㅎㅎ

      2017.02.28 12:17
  • 아크엔젤

    태어나서 3개월안에 사람이 평생 함께 살 몸속 세균의 구성이 완성된다고 해요. 이왕이면 착한 녀석들을 친구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2017.02.28 20: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3개월이 이미 지났는데 ㅎㅎ 이미 착한 놈들이 들어와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네요 ㅎㅎ

      2017.03.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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