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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즐거움의 양을 재단해 줄 수도 없고, 즐거움의 내용을 판단해 전해 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들의 삶의 태도다.”

‘어린이책 시민연대’ 심명선 대표(41세)를 만났다. 순천에는 ‘어린이책 시민연대’ 지부가 없어 남해모임에 참여하다가 공동대표를 맡게 된 그녀는 “아이들을 꿈꾸게 하자”는 주제로 경남과 광주, 서울, 충청도로 강의하러 다니고, 멀리 경상도까지 회의하러 다니면서 너무 바쁜 나머지 정작 순천에서는 별 활동을 못해 미안하다며 수다를 시작했다. (인터뷰 : 박경숙 기자)


함께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

 

  
 

▶ 어린이책 시민연대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부모가 되어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몰라 육아 지침서를 찾기도 했지만 답답함을 해소할 수가 없어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온전한 주체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나의 연약한 ‘자아’를 발견하며 억눌린 마음이 해소되기도 하고,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무한한 상상력으로 즐거웠고, 무엇보다 삶의 지혜를 얻었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좋은 학원도, 값비싼 장난감도, 고급 학용품도 아니었다. 간섭하는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아이들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해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어른들의 경험이나 입장에 안주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사람이나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가치 있는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행복한 책읽기의 장을 마련하고 어른들도 함께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 어린이책 시민연대를 소개한다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아이의 책읽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이 모인 단체다. 동화읽는 어른모임을 시작으로 어린이 도서연구회활동을 했다.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암만 내 아이 잘 키우면 뭐하나? 사회가 험악하면 살 수 없는 사회가 되고 마는데. 함께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어린이책 시민연대가 결성되었다.

아무리 책읽기가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해도 부모와 사회가 독서의 중요성을 강요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는 책이 또 다른 억압이자 숙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 환경을 가꾸고, 출판문화를 점검하고 학부모를 교육하는 일련의 일들이 혹시 더 교묘하게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잉 경쟁과 불안에 놓여있는 아이들의 처지를 생각해서 차라리 책을 버리자고 할까? 책 좀 그만 읽자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런 활동을 계속해올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
동화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통해 아이의 삶을, 나의 삶을 잘 성찰할 수 있었다. 내가 혼자 계획해서 움직이는 에너지에 비해 함께 나누다 보면 내 삶이 일깨워지고 북돋아지는 것 같다. 오히려 모임을 통해 아이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움이 일어나는 순간은 내가 고민하는 것이 드러날 때가 아닐까?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소망이 독이 안 되려면 지금 독이 되게 하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먼저 길을 알고 있어서 가르쳐주는 것은 전달일 뿐이다. 배움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각자의 몫이다. 배움을 아이 몫으로 남겨두지 않는 이유는 실패할까봐 두려워서인데 사실을 보자면 그 실패가 있기에 성공하는 것 아닌가?
 

▶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시작된 일인데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다보면 정작 자신의 아이는 방치되는 것 아닌가? 나도 그런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짧지만 내가 그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걸 믿고 알고 있을 것이다. 점점 커가면서 자기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아이에게 시간을 주는 거라 생각한다. 부모가 바빠서 아이는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몇 년 전 남편이 안식년이어서 벤쿠버에서 1년 지냈다. 오랜만에 한가로워진 우리 부부는 아이와 함께 보내고 싶어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뭔가 함께하자고 제안할수록 관계가 나빠졌다. 그 시기 아이는 우리로부터 독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각자의 삶을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책시민연대가 권하는 독서 교육 제안>

1. 독서는 스스로 책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
우리 아이가 책을 스스로 고른다는 것은 ‘자기만의 목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랍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끌리는지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것은 호기심으로 인해 깊어지고 넓어지게 되겠지요.

2. 어린이책도 문학이다.
마음 속의 울림은 강제로 드러내려고 할 때 빛을 잃게 되지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울림’은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질문을 만나고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감동은 숙성이 필요합니다.
 
3. 책을 잘 읽었는지 확인하고 싶으세요?
부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아이의 책읽기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책의 즐거움과 상상력을 파괴하는 것이 됩니다. 책에 질문을 달고 답을 찾게 하는 방식의 독서 교육은 책이 가지는 무한한 해석의 즐거움을 훼손하고 정답을 찾기 위한 교과서로 만들어 창의적 사유를 방해하는 것이지요.
 
4.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다는 것은 책을 많이 읽거나 내용에 대한 요약정리를 잘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야기 속에 어느 상황, 어느 인물의 처지에 자신을 비추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책 읽은 권 수가 아니라 즐거움의 양이 ‘평생 독자’를 만듭니다.
 
5. 책읽기를 강요하는 사회,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현재 우리 아이들은 과잉 경쟁과 불안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모와 사회가 독서의 중요성을 강요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는 책이 또 다른 억압이자 숙제가 됩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이에게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더하여 선물처럼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순천 광장신문, 2013년 8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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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엄마의서재

    멋진 활동 응원합니다!!

    2019.07.01 12:4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iseeman

      의견 감사합니다.

      2019.07.01 12:58
  • 들꽃향기

    "아이들을 꿈꾸게 하자"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이들이 시들시들 시들어가는 꽃이 아닌 활짝 피어 웃는 꽃이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꿈을 꾸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2020.02.10 01: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iseeman

      의견 감사합니다.

      2020.02.1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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