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개인적인 체험과 그에 대한 소감을 주로 다룬 내용의 에세이집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제목의 <떨림과 진동>은 물리 현상의 기본적인 개념인 ‘진동’과 ‘공명’을 풀어서 쓴 것에 불과한 표현이었다. 그래서 부제도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라고 붙였으며, 저자는 예전에 TV의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한 바 있는 인물이었다. 당시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었다.
사전적으로 ‘물리(物理)’는 자연의 물리적 성질과 현상이나 구조 등을 연구하고 물질들 사이의 관계와 법칙을 밝히는 자연과학의 한 부문이라 풀이되고 있다. 의미로만 본다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에서 물리적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저자 역시 물리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까다로운 공식이나 규칙 등을 앞세우지 않고 보다 쉽게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자연과학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측면이 적지 않지만, 그나마 저자의 쉬운 안내를 통해서 한걸음 보다 가까이 갈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저자는 ‘물리는 지구가 돈다는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하며,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가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기초로 하여,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함께 엮어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소개하’고자 했음을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과학을 여전히 어렵게 생각하는 나에게도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음을 말하고자 한다.
전체 4부로 이뤄진 이 책의 목차에서, 1부는 ‘분주한 존재들 -138억년 전 그날 이후, 우리는 우리가 되었다’라는 제목의 이른바 빅히스토리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각각 ‘빛’, ‘시공간’, ‘우주’, ‘원자’, 그리고 ‘전자’ 등을 주제로 하여 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딱딱한 개념 위주의 정리가 아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예를 들어 쉬운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특징적인 면이라 하겠다. 다음 2부는 ‘시간을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 -세계를 해석하는 일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과 측정 단위 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최소 작용의 원리’, ‘카오스’, ‘엔트로피’, ‘양자역학’, 그리고 ‘이중성’ 등 물리학 교재에서 자주 보았던 용어들과 그에 관한 설명들이었다.
3부는 ‘관계에 관하여 -힘들이 경합하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물리 현상에서 물질들의 상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역학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력’, ‘전자기력’, ‘맥스웰 방정식’, ‘환원/창발’, 그리고 ‘응집물리’ 등이다. 아마도 본격적인 물리학의 영역이다 보니, 이 부분에서는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 4부는 ‘우주는 떨림과 울림 -과학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인간이 세계를 해석하는 관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에너지’, ‘F=ma’, ‘단진동’, 그리고 ‘인간’이란 주제어를 통해 물리학적 관점을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에 부록으로 ‘지식에서 태도로 -불투명한 세계에서 이론물리학자로 산다는 것’이란 글을 통해, 과학자로서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 성찰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연과학 분야의 책임에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에서도 밝혔듯이 여전히 물리학의 개념이나 수식 등을 설명할 때는 이해되지 않은 채로 책을 넘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용어나 설명 등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려하여 서술한 점은 분명히 저자가 지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시점에서 이제는 물리학에 대해서 마냥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저자와는 또 다른 의미로 이 책이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는 <떨림과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