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일상을 벗어나서 낯선 공간을 찾아다니는 행위라 할 것이다. 따라서 여행을 하면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여행자는 자신의 경험의 폭을 넓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고전문학 중에서 ‘여행 체험’이 수반된 작품들을 통해서, 그 면모를 검토하고 그것이 어떻게 문학교육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목표로 기획되었다. 현대는 정보가 풍부하고 교통 여건도 여유로워 여행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일찍부터 계획한다면, 연휴 또는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여겨지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해외로 떠나는 여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살던 곳을 벗어나는 것이 매우 드물었고, 더욱이 여행은 특별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물론 그 이전 시기도 비슷했기에, 제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세 여행 체험’이란 매우 특수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여행을 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때로는 산문 형식의 여행기를 남겼는가 하면, 한시나 가사 등의 작품으로 그것을 형상화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떠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준비하여 행선지까지 정해서 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여행 과정에서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던 일정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장소로 행선지를 바꾸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도에 따른 여행 이외에도, 의도치 않게 낯선 곳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여행 체험’에 포함시킬 수 있다. 예컨대 배를 타고 가다가 표류해서 의도치 않았던 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귀환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죄를 지어 유배형에 처해져 법에 따라 먼 곳으로 떠나야 했던 경우도 포함된다. 때로는 전쟁 중에 포로로 잡혀 외국으로 끌려가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고전문학 작품들에 나타나는 다양한 ‘여행 체험’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고찰함은 물론 그것의 교육적 활용 방안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전체 17개의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주로 화랑이나 사대부들처럼 중세의 지배계급들의 여행을 다룬 ‘유산기(遊山記)’와 기행가사들이 주요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2부에서는 종교적 목적에서 천축국 다섯 나라를 여행했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제주도에서 출발하여 중국까지 표류했던 최부의 <표해록>, 전쟁포로로 일본으로 끌려갓던 강항의 <간양록>, 그리고 사신으로 일본을 다녀왔던 김기수의 <일동기유> 등의 특별한 ‘여행 체험’도 소개되고 있다. 이밖에도 유베체험을 형상화한 기록들과 국내의 명산들을 다녀온 여행기들이 3부에서 소개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서는 ‘구술 여행담’과 ‘다큐멘터리’ 등에 나타난 여행 체험에 대한 연구가 덧붙여지고 있다.
최근에는 SNS가 보편화되면서, 여행 중에 수시로 행선지를 사진과 동영상이 포함된 글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글로 남기던 여행 기록이 이제는 사진이나 영상, 혹은 SNS로 대체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수밖에 없었던 ‘중세 여행 체험’의 기록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낯설고 신기한 지식으로 다가올 것이라 여겨진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