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로서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주종이나 장소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마시는가를 가장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 술자리를 해서 즐거운 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같이 있는 동안 내내 행복감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우리의 일상이 흔들리면서, 언제부턴가 저녁의 술자리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간혹 가까운 이들과 저녁 약속을 할 경우에도 밥 먹을 때 반주를 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어, 많은 이들이 모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제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저녁에 아내와 더불어 간단하게 술 한 잔 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다 하더라도, 2차와 3차로 이어지는 질탕한 술자리를 갖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것 역시 코로나19 이후의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예견된다. 이 책은 우선 제목부터 <마시는 사이>라고 붙인 것으로 보아, 저자는 애주가임이 분명하고 그것은 책의 내용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랫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홀연 미국으로 건너가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능력도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고 여겨진다. 방송국 작가로 시작한 직장이 방송 잡지 기자로 이어졌고, 영화 전문 기자로 활동하다가 주간지 편집장을 역임한 후 출판에 뛰어들어 100여 권의 단행본을 내기도 했다고 저자 자신의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한국에서의 경력을 그만두고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 머물게 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고, 저자는 그 계기를 자신의 음주 취향과 맞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간혹 한국에서 생활할 때의 이야기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책의 대부분은 저자의 뉴욕 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음을 토로하고 있는데, 저자는 아마도 한국에서라면 그러한 관계 맺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주의 사회이고 사적인 영역을 중시하는 문화의 나라’인 미국에서의 생활은 서로 어울리고 친구가 되기 위해서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만나 ‘친구인지 가족인지 무슨 형태인지 정확히 규정할 수도 규정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저자는 ‘이상하게 우리들 사이엔 늘 술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저자와 더불어 술을 함께 <마시는 사이>가 된 이들과의 유쾌하고 때로는 애틋한 사연들을 전하고 있는 내용이다. 본명으로 등장하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서로 부르는 애칭 혹은 별명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호칭을 소환한다. 그리고 뒤편에 ‘혹시 읽다가 헷갈리는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는' 항목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내용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분명 이 책의 내용은 저자와 더불어 <마시는 사이>에 대한 사연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과거 나와 더불어 술을 마시며 함께 어울렸던 이들과의 추억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 과거처럼 즐겁고 유쾌한 술자리가 마련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