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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

[도서] 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

한정주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고 SNS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일상 혹은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가상공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글이나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닉네임 혹은 별명으로 SNS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근대의 문인들도 본명 대신 필명(筆名)’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는데, 예컨대 시인 김소월의 본명은 김정식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소월이라는 필명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름과 달리 자신을 특징짓는 별명, 아마도 사람들이 이름 대신에 짓는 ()’를 이러한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본래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이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별명을 일컫는 말이 바로 이다.

 

조선 500년 명문가 탄생의 비밀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호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듯이, 조선시대의 지식인들에게 호란 자존심과 연계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저자는 호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소제목을 머리말에 붙였을 것이다. 한때 정치인들을 이름의 영문 이니셜로 약칭해서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 역시 호의 역할을 하던 것이었다. 모두 20장으로 구성된 목차를 통해서, ‘여유당 정약용율곡 이이등으로부터 추사 김정희에 이르기까지 모두 36명의 호에 얽힌 이야기와 그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몰론 등장하는 인물들이 시대 순으로 소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나로서는 읽기에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수록 순서는 아마도 저자기 생각하는 선호에 따른 배치일 거라고 짐작된다.

 

단순히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의 의미를 풀어주는 것이 그치지 않고, ‘역사평론가로 자처하는 만큼 해당 인물의 삶과 시대적 상황까지 설명하고 있어 간단한 평전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처음 등장하는 정약용의 경우 소수파인 남인으로서 정조의 치세에는 왕의 측근으로 홀발하게 활동했었으나, 정조의 사후 집권 세력인 노론들의 집중적인 견제로 18년 동안이나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해야만 했다. 더욱이 천주교도였던 형제들과 친척 등 주변 인물들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강진 유배 시절 그가 머물렀던 다산(茶山)’은 자연스럽게 정약용의 호가 되었고, 각박한 시대 상황에서 신중하고 경계하라!’는 다짐은 여유당(與猶堂)’이라는 당호(堂號)를 지니게 했다.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고 난 후 세 갈래로 갈라진 눈썹으로 인해 삼미자(三眉子)’라는 호를 취하는 등, 호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을 인물의 삶과 함께 엮어내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이름을 갖게 되는데, 옛 사람들은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피했다. 그래서 이름을 대신한 ()’()’를 갖게 되었고, 간혹 스스로 짓기도 했으나 이름 대신에 부모나 웃어른들이 ()’를 지어 부르기도 했다., 이와 달리 ()’는 누군가 지어주기도 햇지만, 스스로 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살던 곳의 지명을 따서 짓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의 신체적 특징이나 뜻하는 바를 압축해서 호로 삼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언제단지 새롭게 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서예가인 김정희의 경우 가장 잘 알려진 추사(秋史)완당(阮堂)을 비롯해서 100여개가 넘는 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의 작명과 관련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조선시대와 근현대사 인물들의 호를 풀이한 소사전 형식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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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산바람

    예전에 읽었던 책을 리뷰초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2023.02.24 17:2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iseeman

      호에 얽힌 사연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2023.02.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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