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은 중요하지만 그리 널리 퍼져있는 개념은 아닌 듯합니다. 학교에서 배웠거나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끔 접할 수 있는 정도랄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애착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동병원 정신의학과에서 일하면서 애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의학적 병명을 붙일 수 있고 복잡하거나 일반 치료로 쉽게 회복되지 않던 아이들이 애착을 회복함으로써 개선되는 것을 보아왔고, 그래서 불안정한 애착을 치료하는 일이 대부분의 병에 있어서 회복에 이르게 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애착: 주변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느끼는 정서
애착은 생애 초기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생겨납니다. 하지만 꼭 어머니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생물학적 어머니가 없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애착을 가지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어머니, 아버지, 조부모님이나 가까운 어른 등 그저 아이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주양육자가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관계’라고 설명하는 것이겠지요. 애착유형은 학자에 따라 여러 가지 분류가 있지만, 메리 메인의 분류에 따르면 안정형, 회피형, 양가형, 무질서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안정형을 제외한 3가지 애착유형은 모두 회복이 필요한 '불안정형'에 속합니다. 그리고 애착의 회복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안전기지’로 인식하면서 가능해집니다. 안전기지, 즉 ‘주양육자와의 안정된 애착으로 비롯되는 안도감’이 있다면 타인에 대한 신뢰, 스트레스 내성이나 부정적 인지가 개선되는 등 삶 전반의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애착이 안정되는데에 도움이 되지요.
애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지만, 개인의 행동, 정서적 반응, 스트레스 내성 등에 유전자처럼 관여해 인생 자체를 좌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착의 안정화가 삶의 수많은 문제에서 회복의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평범한 일반 사람들에게도 필요할 것입니다. 애착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며, 꼭 부모자녀의 문제가 아니라도 부부, 연인, 친구 등 모든 대인관계나 개인적인 부분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나는 등 일상의 수많은 증상들이 불안정한 애착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각 애착 유형의 특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들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아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책을 읽으며 저와 가족의 행동 특징이 각기 다른 애착 유형에 대한 설명과 거의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의 행동 방식과 이러한 행동 방식이 형성된데 영향을 끼친 요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지요. 책에는 각 애착 유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특유의 행동 방식, 싫어하는 점도 설명되어 있어서 타인의 안전기지가 되어주고자 하는 분이나 자신의 회복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여건상 안전기지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니, 저자의 치료방법이 모두에게 가능하지 않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원인과 증상을 바르게 아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볍습니다. 혹 자신과 주위 사람의 여러가지 심리적 증상들과 관계의 문제로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증상의 원인이 불안정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책을 통해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바른 치료의 길에 들어서는데 많은 도움이 될테니까요.
더불어 알고 싶었던 내용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무엇보다 일반인이 읽을 수 있도록 출간해 준 저자와, 번역을 통해 한국에 있는 독자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