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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

[도서] 정의론

존 롤즈 저/황경식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인간은 부정(不正)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정의’란 단어를 입에 올린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정의로운 자를 칭찬하고, 남녀를 불문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갈망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1980년대 쿠데타적인 하극상을 벌여 군부의 힘으로 무리하게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조차 집권 후에 바로 그 ‘정의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하였더랬다. 이 얼마나 값싼 정의인가. 대체 그 정의가 무엇이건대 이리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가. 정의란 무엇이며 또 그 정의사회란 것은 대체 어떤 것인가.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미국의 법철학자 존 롤스의 답이 「정의론」(1971)이다.

 칸트는 윤리적인 것이 정의로운 것이며, 그 윤리란 것은 보편적인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는 “너의 행위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에 준거하여 행위하라”라는 칸트의 말로 대변될 수 있다. 칸트의 의무윤리는 동기를 아주 중시한다. 윤리적 행위를 하는 데 봉사점수를 따기 위해서라든가, 자기가 만족하기 위해, 또는 나중에라도 무슨 덕을 보기위해 한다면 동기가 순수하지 않은 것이다. 그냥 의무이기에 하는 것이 윤리고 순수한 것이다. 이는 어떤 정의로운 것이 되려면 그 결과보다 동기가 우선시 되어야 하며,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동기가 올바르지 못하다면 윤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칸트윤리로 대표되는 이러한 의무론은 공리, 즉 결과를 중요시하는 공리주의와는 대립되는 것이었다.

정의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다. 이것이 롤즈가 활동하던 1950년대 당시의 정의에 대한 인식이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이것은 공리주의 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 당시의 사상가들은 공리주의를 정의라 인식하고, 어떤 행위가 자신의 행복엔 더 기여할지라도 공리는 오히려 감소시킨다면 그는 그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고, 이기적 행위를 지양하고 늘 공리를 우선시해야하며, 공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공리주의는 그 당시 공공정책 담당자들이 어려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간명하고 엄정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리주의엔 납득할 수 없는 오류가 있었다. 가령 어느 사회의 한 사람에게는 100단위의 행복을 주고, 나머지 99명에게는 1인당 1단위 씩, 총 99단위의 불행을 주는 제도가 있다고 해보자. 공리주의의 논리에 따르면 이 제도는 정의로운 것으로 승인해야한다. 행복의 총량, 즉 공리를 1단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정과 비슷한 것이 다름 아닌 노예제도이다.

 존 롤즈는 이점을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이다. 누구는 죽도록 일만 하면서도 아무런 자유와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나머지 누구는 그 희생 위에서 번영을 구하는 제도는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고통과 쾌락의 철저한 분업화는 때론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정의로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롤즈는 정의에 대해 말한다. 정의란 것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초상태에 놓여져 있음을 상정하고,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제1의 원리요, 다음에 사회에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하여 경제적 복지를 실시하는 것이 정의의 제2의 원리라는 것이다. 이 정의에 대한 두 가지 원칙은 롤즈의 정의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이다. 먼저 제1원칙은 기본적인 자유들을 보장할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라 말할 수 있고, 제2원칙은 최소수혜의 시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줄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평등분배를 내세우고 있는‘차등의 원칙’과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의 균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단지 직업이나 직책의 기회만이 아니라 삶의 기회들까지 평등화하자는 원리인 ‘기회균등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롤즈는 자신의 이론을 내세우면서 ‘무지의 베일’이라는 기막힌 장치를 사용하였는데, 나로서는 롤즈의 정의에 대한 이론보다도, 이 번뜩이는 재치에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책은 전공분야가 아닌 일반인이 관심을 갖고 읽기에는 좀 무거운 책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한 인내심을 갖고 읽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어느덧 고전이 되어버린 책이지만, 이 책의 저자인 존 롤스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던 이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좀 더 친숙하게 여겨질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표지를 덮을 때에,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소설이나 처세서를 읽었을 때와는 다른 그 기쁨을 여러분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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