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스켑틱은 음모론이 큰 주제이다. 몇개 안되는 기사지만, 음모론에 대해서 심도 있는 글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가 일반인에게 "고구마"라면, 가짜뉴스 음모론등은 "사이다"에 해당한다. 듣고 싶은 사람이 듣고 싶은 얘기만 명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선 언론도 사실 비슷하다. 사실 다들 언론을 욕하지만, 언론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은 독자다. 자극적인 기사와 사진을 넣어야 클릭을 하고 들어가서 욕을 하니까 저질스러운 기사가 나오는 거다. 그러니, 사실 언론을 욕할 게 없다. 그렇게 만든 것은 독자니까. 음모론도 정보의 진실 유무와 상관없이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까 만들어지는 거다. "음모론은 수요자에게 자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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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모론은 고통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고통은 설명되어야 하는데, 음모론이 가장 속시원하게 답해주기 때문이다. 종교가 힘을 잃은 것도 이런 음모론 보다도 고통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데 재밌는 점은, 진보도 음모론을 믿고 보수도 음모론을 믿는다. 진보는 언론 매체와 자본가를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보고, 보수는 학자와 엘리트를 음모론의 근거지로 본다는 점이 다르다. 그냥 양쪽다 진실은 사실 생각하기 싫은 거다. 진실을 얘기하는 정치인은 항상 인기가 없다.
사실, 요즘 음모론의 대표주자는 김어준씨이다. 여기도 나왔듯이 자기 편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식이든 음모론을 만들어서 퍼트린다. 상대방에 숨겨진 음흉한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문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 몇 개는 맞는다는 점이고, 그 몇개가 열렬한 추종자를 만들어내서 진실을 덮어버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진실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기레기나 김어준씨나 마찬가지이다. 진실은 항상 중간 어디쯤엔가 있는데, 편을 가르면 그 어디쯤에 도달할 수가 없다.
음모론을 믿고 싶은 마음은 결국엔 내가 세상을 편하고 단순화 시켜서 보겠다는 마음과 동일하다.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원인과 결과만 받아들이겠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을 음모론으로 끌어 들인다. 자신의 삶도 복잡해 죽겠는데, 바깥 세상의 복잡함까지 사실 그대로 바라보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