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서쪽은 눈이 오는 듯한 얼굴이고 동쪽은 햇살이 내리쬐는 맑은 얼굴이다. 기묘한 곳에 살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백준령이 서쪽의 바람을 차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눈구름이 소백산맥을 넘다가 지쳐 그 산자락에 자신들을 놓아버리고 이곳에는 흔적만 바람에 실어 보내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이리 눈구름이 오다가 딱 막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구름의 경계에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그런 경우가 많다. 아마 산맥의 넉넉한 품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오늘 눈을 보겠더니 생각했는데, 와 봐야 알지 싶다. 아직은 화면에 새겨진 눈의 시간이 다 지나가지 않았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정말 기이하다. 왜 이곳은 그렇게 가뭄이 해소되질 않는가? 겨울에 눈이 좀 와야 풍년이 든다고 하던데, 눈은 오지 않고 구름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오늘도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어띠 생각하면 무척 안타깝다. 내릴 것은 확 내려야 다음의 일이 전개되는데 말이다. 묘한 곳에서 눈을 구경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바람은 많이 분다. 바람이 구름을 흩어버리는 일까지 하는 듯하다. 바람이 세게 불고나면 구름도 옅에진다. 흐림과 맑은의 경계에 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이 나비처럼 날리는 공간에서 함박눈을 그리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