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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

[도서] 지도로 읽는다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

코스믹출판 저/전경아 역/야베 겐타로 감수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일본 전국시대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만들어낸 세상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을 다스리던 나라의 관리들이 중앙의 지배력이 약화됨에 따라 지역을 자기영역으로 삼아 군사를 기르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는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 투쟁한 것이 일본 전국시대다. 지역에 거주하는 백성들을 직접 다스리고 세금을 걷어 지역 집단의 수장이 된다. 지역의 왕이 된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그들은 성을 바탕으로 하는 성주가 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무라이들을 양성 및 고용해 다른 성주들과 전쟁을 불사한다. 그런 가운데 인권은 상실되고 명령과 복종 및 수단으로 형성된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가령 정략결혼이 성행하고 인질이 난무하는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일이다. 참으로 이해불가결한 세상이다

 

기이한 세상이다. 어찌 이들은 작은 지역에 웅거하여 서로 생사를 건 싸움으로 평생을 살아간 것인가? 그것을 생각해 보는 마음은 현재 세계의 일부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 지금 세계는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힘의 우위를 논하며 인권은 사장된 세계를 만들고 있다. 세계의 각국이 힘자랑을 하고 있다. 어찌 이런 세상이 존재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그 한 모습을 일본의 전국시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말이다. 무력을 가진 집단이 수시로 충돌하고 결국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야 관계가 청산되는 세계, 또 그것이 원수를 만들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고 생사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전국시대였다. 서로 힘의 우위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을수록 그것은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일본 전국시대의 많은 시간은 그렇게 대등한 세력들이 쟁투하는 시간들이었다. 민중들이 피로를 고통스럽게 느끼던 시간이었다. 인간으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참으로 암담한 생각이 드는 시대였다.

 

그런데 그것이 성주들의 다툼 속에 힘의 균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차츰 병합이 이루어지면서 이 암울한 시대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대의를 지닌 자들이 나오게 된다. 그 중심에 선 사람들이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이다. 이들을 통해서 수백 년 이어져오던 전란이 종식을 고하게 되고 강력한 중앙의 군사통치가 이루어지는 전쟁이 없는 사회가 되어간다. 그것이 도쿠카와 막부의 출현이다.

 

도쿠카와는 마카와의 작은 성의 성주의 아들로 태어난다. 아버지가 유약하여 어릴 적부터 고난의 시간을 보낸다. 인질로 여러 곳을 전전하게 되기도 하고 결국 성인이 되어 자신의 거성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차츰 세력을 넓혀 나간다. 그가 세력을 넓혀나가는 데는 이마가와가와 다케다가의 몰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옆 나라에 있으면서 늘 적대관계였던 오다 노부나가와 관계를 개선하고 서로 동맹을 맺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마가와, 다케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던 도쿠가와는 그 둘이 상경 전에서 몰락하면서 동쪽으로 나아가 그 잔존 세력들을 규합한다. 그러면서 차츰 동해도를 장악하는 세력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런 과정 속에 오다 노부나가는 교토를 장악해 전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 일을 행할 수 있게 도쿠가와가 동쪽에서 충분히 힘이 되어준다. 즉 서로 동쪽과 서쪽으로 세력을 넓혀나가는 무언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노부나가가 히데요시를 수장으로 삼아 서쪽에서 모리 토벌의 군사를 일으키고 있을 때, 그곳에 시찰하기 위해서 작은 군사를 거느리고 출발한다. 그때 노부나가의 엄격함에 지레 겁을 먹은 부하장수 미스히데가 반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혼노사에서 노부나가와 그의 장자까지 참살하는 하극상이 일어난다. 그 후 히데요시가 바로 모리와 강화를 맺고 철군하여 미스히데와 도쿄에서 결전을 한다. 그 결전은 히데요시의 승리로 결판나고 노부나가의 유지를 히데요시가 계승한다. 동쪽의 도쿠가와와는 밀당을 하다가 결국 서로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관계가 되고, 전쟁은 유야무야로 끝이 난다. 그 후에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의 전국 통일에 협조하기로 하고 히데요시는 오다와라의 호죠를 정벌하는 일에 도쿠카와와 함께 힘을 모은다. 호죠 정벌은 결국 히데요시의 힘이 전국을 통일하고도 남음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결국 전국의 성주들은 히데요시 앞에 고개를 숙인다. 모리도, 시마즈도, 우에스기도, 마에다도, 도쿠가와도 모두 히데요시의 전국 통일에 동참하게 된다. 작은 성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히데요시는 전국을 통일하고 그동안 자신을 위해서 싸웠던 장수들에 대한 논공행상에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다. 히데요시가 부하 장수들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인 것은 포상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동안 수백 년 전란으로만 이루어져 오던 사회가 갑자기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되니 머리 아프게 만드는 세력들이 생겨나게 된다. 즉 주군이 없는 사무라이, 낭인으로 불리던 세력이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칼을 들고 나선다. 그러니 사회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이 히데요시가 조선과 명나라를 침공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결국 실행에 옮기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7년이다. 이 전쟁은 히데요시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 후 이에야스가 시대요시의 잔존 세력들을 세끼가하라 전쟁에서 괴멸시키고 도쿄를 건설하면서 그곳에 강한 막부를 연다. 그리고 이에야스는 막부의 수장이 된다.

 

이 책은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지역별 관계를 지정학적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리적 특성이 나라를 열어 가는데 큰 영향을 미침을 세세히 지도를 통해서 보여준다. 오닌의 난이 일어나면서 무로마치 막부가 붕괴한다. 중앙의 통제권이 약해지니까 각 지역의 대리 통치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로 조금이라도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을 넓히기 위한 전쟁을 해나간다. 먼저 호죠 가문의 지정학을 제시한다. 또 전국 성주(다이묘)들의 수군, 산성, 신사와 관련된 내용을 얘기해 준다. 성주들이 자신의 영지에 작은 교토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고, 천하인이 될 수 없었던 신겐의 지정학을 얘기한다. 지정학으로 얘기하는 성주들은 우에스기 겐신, 조소가베, 시마즈, 모리 등도 있다. 이들은 전국 시대 강대한 세력을 구축했던 성주들이다.

 

노부나가의 지정학을 얘기한다. 지정학이란 인문지리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지리적인 요소를 이용해 힘의 관계를 설정하고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노부나가의 지정학에서는 축성, 정략결혼, 사카이 개방 도시, 이마가와를 몰락시킨 오케하자마 전투, 누이의 남편 아사이 배신, 닌자 마을, 다케다를 괴멸시킨 나가시노 전투, 아즈치성 축성, 누부나가의 죽음이 그려진 혼노사 참변 등을 다루고 있다. 히데요시 지정학에서는 공성작전, 미스히데와 교토 격돌, 노부나가 후계자 전쟁, 이에야스와 고마끼 나가히사떼 격돌, 시코쿠 평정, 시마즈 가문 정벌, 오다와라성 공략, 교토에 지은 후시미성, 토지조사, 크리스찬 추방 등이 그려진다. 전국인으로 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이 지정학으로 펼쳐진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에야스의 지정학을 얘기한다. 임란 후 몰락하던 토요토미 세력들을 물리친 세끼가하라 전투의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그것으로 이에야스가 천하인에 성큼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오우의 3대 성주들과 격돌도 다루고 있다. 그로인해 전국 구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영지 재배치가 이루어지면서 실질적으로 도쿠가와 막부 시대를 개막하게 된다. 에도에 막부를 연 이유, 오사카 겨울 전투. 오사카 여름 전투 등이 그려진다. 오사카 전투는 결국 토요토미 가문의 몰락을 가져오게 된다. 결국 도쿠가와가 도쿄에 막부를 열어 강력한 무사 정권을 세우는 과정까지 지정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 과정의 중요 사건들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미 많은 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읽으니 지식이 참가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지정학과 관련되어 전쟁의 향방을 살펴나가는 일은 무척이나 당연하면서도 신선하다. ! 이에야스가 승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는가? 하는 것을 읽어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쟁이나 민생이나 지리적 요건이 무척 중요하다. 지리적 상황은 경제를 좌우한다. 경제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경제가 힘이라는 말은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정학이 전국시대를 종식시켜 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은 힘의 논리로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하다. 지리적 조건을 잘 이용하는 것이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고, 전쟁의 수단이 되는 물자들도 넉넉하게 채울 수 있다. 일본 전국시대를 지정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봄을 통해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전쟁과 건설이라는 내용이 지정학과 얼마나 관련이 되는가 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인지할 수 있다. 우리의 오늘을 열어나가는 것도 이 책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어떨까? 지정학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일본 전국시대를 살펴볼 수 있어 보람이 되었다. 지금의 사고로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야 하리라. 지식적인 내용이 많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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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이하라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 등을 일드와 임진왜란 관련 사극을 통해 짧게나마 접해봐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 시대와 현재의 절망과 부조리가 교차되며 어떤 면은 나아졌지만 어떤 면은 더 교묘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리뷰 감사히 읽었습니다. 나날이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2023.02.11 19:1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날이

      어디나 전국시대는 인권이라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시대였던 듯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힘 있는 사람이 타인의 생사여탈권까지 가졌고요. 잔인한 시대였다고나 할까요.

      2023.02.11 19:19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예전에 즐겨 청취하던 팟캐스트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소설을 다뤄서 한동안 청취한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나날이님 리뷰 속 인물들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지정학적으로 일본 전국시대를 다룬 점이 흥미롭네요. 편안한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나날이님.

    2023.02.12 16:5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날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노부나가가 상경전을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지리적 조건, 이에야스가 기다림의 미학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던 지리적 여건 등이 잘 읽혀 졌습니다.

      2023.02.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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