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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

[도서] 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

최기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일리아스는 우리들에게 영원한 고전이요 신화를 전해 주고 있는 작품이다. 고전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소용에 닿는 지난 이야기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다. 이 둘이 적절하게 엮여 있는 것이 일리아스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교과서를 통해서, 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전을 통해서 등과 같이 많이도 파편으로 만났다. 이 이야기가 서구 문화의 원류에 해당하기에 이것을 제외하고 서구의 문화를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일리아스, 그 자체를 진지하게 전체적으로 읽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것은 현실적인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나면 피상적으로,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 버리는 경향이 많다. 지금도 일리아스 대한 지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하다. 하지만 내가 만나고 있는 이 책은 이런 지난 시간 만났던 일리아스를 전체적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하고 있다.

 

먼저 신화를 읽는 방법부터 제시한다. 그것이 이 책을 읽기에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신화는 인간과 신의 이야기다. 그것을 상징과 은유의 기법으로 표현한다. 그러므로 내포된 내용을 궁구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신화는 해당 신화에 속한 사람들의 삶의 표현이다. 결국 인간들의 소망의 세계가 신의 이야기로 치환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를 이해할 때 우리는 신화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신화는 여러 가능이 있다. 신비를 알게 하는 세계의 문, 우주론적 차원을 여는 문, 세계 지배라는 사회적 기능, 어떻게 살 것인가 일깨워 주는 교훈적 기능 등이 있다. 이런 기능이 신화를 궁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신화는 인간 근원에 대한 질문과 답이 들어 있다. 신화는 영생과 죽음의 문제를 보여 준다. 신화는 인간의 부정적인 속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바로잡게 한다. 신화는 궁극적으로 인간 자신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신화가 배태되고 전승되는 곳에 인간들의 욕망과 삶의 모습이 존재한다. 신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신은 인간 너머의 인간이다/ 신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의 소망처럼 죽지 않는다./ 영원한 수수께끼 인간은/ 전지전능한 신을 만들고/ 그 신에게서 답을 찾으려 한다./ 필멸의 인간은/ 바람둥이 신과 질투의 신을 만들고/ 우주의 질서로써 근친결혼과 존비속 싸움의 신을 만든다./ 신들의 세계, 카오스는 혼돈 속 질서이다./ 열둘의 신들이 질서를 나누어 가진다. p52

이 책의 대부분이 되는 신의 이야기를 운문을 통해 표현해 주었다. 신의 속성을 잘 알 수 있고, 신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해 볼 수 있다. 인간들이 그들의 소망과 성취를 위해 대리적인 존재를 세우고 그들을 통해 권위를 획득한 것을 목도할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불멸과 힘을 심어준 것을 살필 수 있다. 어느 건국신화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어떤 이는/ 헬레네가 트로이아로 가고 나서/ 첫 번째 원정에서 엉뚱한 곳으로 갔던 10년을 언급한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다시 원정을 준비하고/ 10년 동안 트로이아를 공격하는 중/ 호메로스는 50일을 노래한다/ 그 중 대부분의 날들을 몇 줄로 묘사하며/ 무더기로 휴지통에 구겨서 버리고/ 나머지 상세하게 언급하는 전투는 단 4,/ 그 나흘간의 전투는 분노와 자극의 폭발이다./ 분노의 노래는 언어의 놀이가 되어/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개개의 인생사는 서사처럼 반복되며 더 큰 반복을 반복한다./ 싸움도 죽음도 죽어가면서 그리는 고향도/ 계절처럼 반복된다. p68

 

일리아스의 고전을 총괄적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해석을 덧붙인다. 운문으로 그려진 내용이 일리아스가 보여주는 전문의 내용이라고 보면 되겠다. 전쟁과 신들의 관여, 그리고 죽음 등이 그려진다. 일리아스는 10년 전쟁 중 50일간을 노래한다. 전투는 단 4일이다. 인간들의 잔치에 신들이 관여해 있던 12, 역병이 돌던 9, 아킬레우스가 헥토르 욕보인 12, 헥토르의 무덤을 만들어 주는 11, 시신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휴전을 한 2일 등은 간결하게 처리한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 24권 중 4일 전투를 2권부터 22권까지 거의 전부를 할애한다. 그만큼 전투에 부여된 신들의 이야기가 첨가되기 때문이다.

 

4일간의 전투는 내용 배당이 균형을 이룬다. 1일째 혼전, 2일째 트로이아의 승리, 3일째 팽팽한 접전 4일째 희랍인들의 승리로 전쟁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어느 쪽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도 어느 쪽이 완전한 굴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신들이 엮어나가는 전쟁이다. 신의 아들인 아킬레우스의 영웅담이 그려지고, 영웅들의 자존심 싸움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들의 모든 일정은 신이 참여한다. 특히 아킬레우스의 전쟁에 신들은 활발하게 활동해 전쟁을 그의 승리로 만들어 나간다. 이처럼 전쟁 이야기는 신들을 통해 인간의 욕념과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결국 헥토르를 죽인 전쟁의 신 아킬레우스도 죽게 되고, 장사를 지내는 시간을 가진다. 그 행사에서 많은 경기가 나온다. 이들은 일정한 흐름이 있다. 이 흐름을 이끌어가는 것이 신들의 일이다. 아카이오이족(희랍)을 돕는 신은 헤라, 아테나,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헤파이스토스, 포세이돈, 제우스 등이고, 트로이아(트로이)를 돕는 신은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 등이다. 이런 것들이 일리아스가 신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일리아스 이후의 이야기에 인류 최고의 전략이 깃든 트로이목마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세기의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일리아스에 머물지 않는다. 일리아스 이전의 이야기에서 전쟁 후 영웅들의 귀환까지, 이 전체적인 내용을 전부 그려낸다. 그래서 일리아스를 둘러싼 모든 내용들을 일별하게 한다. 일리아스 이전 이야기는 2장에 그려진다. 트로이아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된 미녀 이야기와 아가맴논이 군사를 동원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가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데리고 가자 메넬라오스의 형인 아가맴논이 군사를 모아 트로이아로 배를 띄우는 것이 전쟁의 시작이다. 여기에 오뒷세이아도 참여한다. 그리고 아킬레우스를 전쟁 참여로 이끌어 낸다. 결국 아카이오이족은 집결을 하게 되고, 그것이 전쟁의 시발점이 된다.

 

일리아스 이후의 이야기는 제 5장에 나온다. 영웅들의 귀향을 다루고 있다. 아카이오이족은 전쟁이 끝난 후 귀향하려고 여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회의장에 모인다. 그러나 의견이 엇갈려 귀향은 제각각이다. 메넬리오스 일행이 귀향을 한다. 하지만 폭풍을 만나고 어려움을 겪는다. 칼카스 등은 함선을 버리고 걸어서 콜로폰으로 향한다. 그리고 도중에 칼카스는 죽는다. 아가맴논은 도중 테노스 섬에서 폭풍을 만난다. 신을 거역한 아이아스는 도중에 죽는다. 이처럼 영웅들의 귀환은 전쟁만큼 고통스럽고 긴 세월로 나타난다. 이들은 뒷날 많은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 오뒷세우스도 고국에 돌아오는데 10년이 걸린다. 그는 잘못 출정한 10, 트로이아 전쟁 10, 귀향 1030년의 세월을 밖에서 보낸다. 그것은 바로 그의 삶이다. 그 과정 속의 욕망과 고통이 점철된 삶이 많은 이야기가 되어 전해진다.

 

6장에서는 일리아스를 좀 더 깊이 읽기를 할 수 있게 안내한다. 일리아스와 관련된 작품들, 고대 헬라스의 전쟁, 로마 건국 서사시 아이네이스와 관련성, 배경과 역사 등이 그려진다. 헬레니즘의 역사가 표현되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탄생한다. 서술 방식인 묘사와 비유 등이 글을 어떻게 이끌어갔는지를 살피게 하고, 여성들의 신분을 생각해 보게도 한다. 이후 트로이아의 후예들과 희랍의 후예들이 싸운 전쟁도 소개하고 있다. 마라톤 전투, 살라미스 해전, 테르모필레 전투 발칸 전쟁 등이 소개되고 있다. 두 세력 간의 역사적인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들은 모두 일리아스의 역사적 사실로 인해 파생된 결과로 봐도 될 것이라 여겨진다.

 

고대 희랍은 유럽의 뿌리며 근간이다. 문예부흥도 여기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졌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고대 유럽 사회의 재편이 이루어지게 한 일리아스, 오늘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양의 역사가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를 그 원조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서양은 일리아스에서 그 바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일리아스가 서구 문화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을 제대로 알려고 하면 일리아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책이다. 정말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영웅 서사시다. 거기에 신들의 이야기가 가미되어 있는 것은 이야기의 절대성을 부여하는 의미도 있을 게다.

 

덧붙여 읽어볼 거리로 세계의 영웅 서사시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인도의 라마야나, 로마 건국 신화 아이네이스 서사시, 북유럽 바이킹 신화 메다 서사시, 독일의 리벨룽의 노래, 한국의 동명왕편, 중국의 산해경 등이 소개되고 있다. 지식의 폭을 넓게 해주는 작품들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일리아스의 가치를 더욱 높게 하는 것에 스토리텔링이라는 것과 비극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이것은 후대의 많은 작가들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많은 파생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고, 비극은 인간의 가장 심층적인 면을 들춰 낼 수 있는 작품을 양산하게 만들었다. 일리아스가 서구 문화에 끼친 영향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듯하다. 많이 읽고 궁구하면서 사양문화의 기반에 다가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리아스를 이해하는데, 종합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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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관심을 안 갖는 책인데 리뷰를 읽으니 나날이님께 유익한 독서가 되신 것 같습니다.
    파편적으로 아는 신화의 내용들도 있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나날이님.

    2023.02.23 05:5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날이

      서구 문화의 원류가 되는 책이라서요. 우리 가까이 둬야 할 이야기고 이 책은 그것을 전부 살필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서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되요.

      2023.02.23 07:25
  • 스타블로거 이하라

    모조리 죽는다는 데서는 북유럽 신화 중 라그나로크 대목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쪽은 신화이고 일리아스는 역사를 기반으로 했으니 감상이 다를 듯 하네요.
    말미에 다른 신화들과 연결지어 돌아볼 수 있도록 한 배려가 감상의 폭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흥미로운 일리아스 입문서 같습니다.
    편안하신 밤 되세요. 나날이님^^

    2023.02.23 21:0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날이

      일리아스 관련 배경 지식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해설서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2023.02.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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