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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도서] 문학의 깊이와 철학

박유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문학과 철학을 공생의 관계로 인식하고 문학 속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고 있는 내용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문학이 인간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그 속에서 깊이 있는 인생을 만나기 십상이다. 삶의 깊이 있는 내용, 그것을 바로 철학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가운데 만난 인생의 깊이를 거론하면서 철학을 가져왔다. 인생을 다루고 있는 학문이 철학이고, 문학이 그 인생의 문제를 이야깃거리로 삼고 있다면 그 둘은 분명 같이 논의될 수 있는 관계로 인식해도 될 것이라 여겨진다.

 

철학은 인생의 다양한 면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런데 명작을 철학적이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그 말은 다른 뜻이 아니라 명작은 예술적 깊이를 가진다는 말일 게다. 즉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예술적 깊이>라는 말로 개념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문학과 철학의 접점이 되는 <예술적 깊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철학과 문학의 관계를 조명하는데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적 깊이>는 물리적 깊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질적인 차원에서의 깊이, 곧 향기 정도로 의미를 치환해도 될 듯하다. 문학 속에 나타나는 삶의 향기, 그것이 바로 철학적인 면과 닿아 있다고 보아도 되는 것이리라.

 

이 책은 이런 철학적인 요소를 문학 작품을 통해서 찾고 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예시되고 있다. 명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많은 작품들이 나온다.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이 나오고 샤르트르의 구토가 재료가 된다. 도스토엡스키의 인생 작품들이 나오고,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가 제시된다. 이들을 통해 인간의 존재 조건과 관계된 여러 이야기들이 표현된다. 톨스토이의 부활도 등장한다. 인간 구원의 문제가 언급되는 책이다. 이런 책들을 통해 문학이 지닌 내용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것을 철학에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작품들을 통해 문학과 철학의 만남이 구체화된다. 그들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 만난다고 본다. 체험이라는 말을 통해 주관이 개입된 특수한 인식을 말하고 그 인식을 통해 심리적 시간이라는 말을 잡아낸다. 그 심리적 시간이 철학적인 요인에 맞닿아 있다. 이 체험을 통해 개인의 독특한 해석과 이해의 세계가 열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공감하게 되고 희열을 느끼는 상황도 연출된다. 문학의 심오한 세계다. 그 세계는 철학에 닿아 있다. 즉 문학의 깊이는 실존적 체험과 관계한다는 말이다. 실존적 체험은 영혼의 깊이를 이끌어 내고 문학을 더 이상 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하며 철학이요 종교가 되는 지평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것을 우리는 문학의 깊이라 한다. 문학의 깊이를 달리 표현하면 실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은 그 존재의 가치를 세 가지 층위에서 갖는다. 하나는 실존적 가치다. 문학이 이야기에서 벗어나 철학이 되고 종교가 되는 문학의 깊이에 관련되는 내용이다. 둘은 실용적 가치다. 문학도 하나의 재화이기 때문에 경제, 알림 등의 요소와 관련이 된다. 공산주의에서 선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 가치가 극대화된 상태다. 셋은 미적 가치다. 문학도 예술의 한 범주이기 때문에 미적 범주에 드는 것은 당연하다. 즉 문학이 철학과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을 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실존과 관련되는 부분이 된다.

 

저자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이 방면의 선구자인 박이문의 <문학과 철 이야기> 또 뒤를 잇는 조동일의 <문학사와 철학사는 둘인가 하나인가>를 제시해 이 문제를 풀어보고 있다. 철학과 문학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저서다. 이 저서들을 원문에 충실하게 요약해 정리해 보여준다. 문학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접근해 살피는가 하는 문제들을 읽어볼 수 있겠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는 문학 속에 나타나는 삶의 깊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박이문 교수가 말하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단적으로 정리해 준다. 이를 통해 문학과 철학이 접점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본다. 문학은 정서적 언어를 사용하고 철학은 정보적인 인어를 사용한다. 즉 문학은 감동을 주는 게 주요 기능이고 철학은 참과 거짓의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한 기능이다. 문학은 언어 양식이 개연적이고 철학은 정언적이다. 문학은 정서를 통해 감동을 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진실을 탐구한다. 문학은 실재가 아니라 픽션이고 개연적인 내용을 다룬다. 그러기에 픽션이라도 진실을 찾아간다. 이 점이 과학과는 다르고 철학의 세계에 닿아 있다. 즉 인간과 세계의 비가시적인 측면의 진실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과 문학은 같다. 문학과 철학의 접점이 진리 탐구라는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음을 박이문 교수는 말하고 있다. 이를 저자는 카프카의 실존의 문제를 제시해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 책은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문학의 깊이를 얘기하며 철학과 만남을 얘기한다. 2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문학의 깊이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말한다. , 소설, 수필, 시나리오 등의 대표로 거론되는 작품들을 제시해 문학의 깊이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를 살피고 있다. 시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 키츠, 셸리, 브라우닝 부부, 워즈워스, 바이런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고독을 노래한 릴케를 통해서는 실존을 확인하고 있고 프랑스의 상징주의 작가들을 통해서도 실존을 만나고 있다. 거기에는 보들레르, 랭보 등의 시인을 언급한다. 릴케의 가을날은 정신적 고향에 대한 찾음의 모습을 보인다. 이 또한 실존의 문제에 닿아 있다. 또 이들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그 출발점이 된 비니란 시인에 대해 언급한다. 비니의 나는 사랑한다, 인간 고통의 장대함을.”이라는 구절을 풀이하면서 실존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그의 시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테니슨의 <이녹 아든>이란 소설을 언급하면서 기다림의 사랑을 얘기한다. 미정의 기다림을 언급하고 거기에서 이상향 추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또한 인간의 궁극적인 존재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여기에서 조동일 교수의 문학사와 철학사는 둘인가 하나인가를 가져온다. 이도 정리를 위주로 하고 있다. 조동일 교수는 문학자이다. 문학의 입장에서 철학의 범주를 만나고 있는 분이다. 철학이 개념화된 논리라면 문학은 형상화된 체험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조동일 교수가 말하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는 상보적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철학이 없으면 공허하고 철학은 문학이 없으면 경색된다.’ 그러기에 둘은 나란히 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장르를 통해서 구체화하면서 작품들을 통해 정리해 주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소설에서 돈키호테와 삼국지를 견본으로 제시해 얘기한다. 또 로맹 가리의 벽, 앙드레 지드의 전원 교향악을 제시해 구체적인 얘기들을 들려주면서 문학 속에서의 철학을 확인한다. 수필에서도 이양하, 김진섭, 바슐라르, 니체 등을 언급하면서 철학적인 면을 살펴보고 있고, 사니라오도 언급하고 있다. 시는 이미 많은 분량의 얘기를 했었다. 두 분의 저서를 정리하는 것을 통해 저자는 문학과 철학이 만나는 접점을 확인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조명해 나가고 있다.

 

책이 가지는 근본적인 내용은 문학 속에 나타난 철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을 다양한 작품, 작가 등의 자료를 통해서 제시해 나가고 있다. 그 기저에 박이문 교수와 조동일 교수가 있다. 두 분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조동일 교수의 상보적인 관계, 박이문 교수의 진실 탐구 등의 측면에 맞추어 <문학의 깊이>를 영혼의 깊이로 치환하고 그것을 실존으로 얘기할 수 있음을 본다. 실존은 결국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고 문학과 철학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두 학문이 만날 수 있음을 책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문학 속에서는 인생이 담겨 있다. 문학은 개연성 있는 허구다. 개연성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인간의 근원을 얘기하는 내용일 것이고 그 부분에서 실존이라는 말을 찾아낼 수 있을 게다. 실존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결국 문학과 철학은 공존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본다. 조동일 교수가 말한 문학은 철학이 없으면 공허하고 철학은 문학이 없으면 경색된다.”란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결국 두 학문의 관계가 그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서로 도우면서 같이 지평을 넓혀나가는 관계, 어디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섞여서 논의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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