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작품집을 읽고 있다.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갈 신예작가들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신선함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언어를 만나고, 특별한 생각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시간들을 에견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이런 작품집이 마음에 많이 남는 것은 아무래도 기발한 생각들과 경험이 충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도 그런 충격에 휩싸이는 시간을 가진다. 난 이제 세상을 많이 살아온 사람으로 보수적인 색깔을 진하게 가지게 되는 연령대다. 변화가 힘들고 새로운 것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가 있는 그런 때다. 새로운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지 않는다. 주어진 것에서 확인하고, 답을 찾고, 그리움을 만나고, 인정을 한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책들은 그것을 무너뜨리게 한다.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세계를 머리 속에 가지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특별함이란 말을 마음에 많이 가지게 되었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언어들이 특별하다. 기이한 생각들을 담은 언어도, 기존과 다르게 표현된 언어도 그렇다. 나에겐 이들의 모든 것들이 특별하다. 그 특별함이 아련한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긴장감을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주어진 긴장감을 즐길 줄은 안다. 그 즐김의 시간으로 이 책이 나를 인도한다
이미상의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헙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
성혜령의 버섯 농장
이서수의 젊은 근희의 행진
정선임의 요카타
함윤이의 자개장의 용도
현호정의 연필 센드위치
등이 들어 있는 책이다. 제목도 작가도 나에겐 무척 낯설다. 이쪽을 조금 떠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어지는 모든 것들이 싱그럽다. 일면식도 없는 언어들이 공감의 선에 서기엔 특별함이 한 몫을 한다. 그렇게 이 언어들이 내 곁에 왔다
언어의 낱낱을 점검하는 일은 다른 색깔이다. 하지만 난 이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있다. 기발한 착상이 처음부터 나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정신없이 따라게게 만들고, 그 끝 지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그 지점을 찾고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언어의 빛깔을 만지막거리며 기꺼워해야 한다. 하지만 적응이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내용은 더욱 그렇다. 우리가 만나지 못한 세상을 표현하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가다가 혼자의 생각 속에 머물며 책의 언어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쳐 책을 읽었다. 읽고 있다. 조금만 만나고 다시 많은 시간을 비우고 있다. 그러다 다시 만난다. 그 만남은 즐거움이기보다 책무가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책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놓아버리는 때가 많다. 그렇게 언어가 스스로 살을 만들고, 살이 재생의 기운을 내면서 내 안에서 자생하는 것을 많이 본다. 이 책은 그렇게 내 언어에 자생하는 언어들의 기이한 모습을 끄집어내고 다시 넣고 하는 일련의 시간을 가진 내 소중한 보물이다. 난 그 보물에 입맞춤을 한다. 감사를 전한다.
기이함과 놀라움으로 만난 7편의 작품들, 그들이 내게 전해주는 이미지와 선율은 진한 감동의 노래다. 곰국이 끓일수록 맛을 내듯 작품들이 오래 내 안에 거할 때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언어들의 향연이 된다. 그 향연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나는 많은 시간을 언어들과 함꼐 하고 있다. 이해와 기막힘의 한 자락을 넘나들면서 그들이 주는 신기함을 마음에 담고 있다. 확실히 생각의 폭이 넓어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구만리 창공을 저기면 날리로다>한 생각의 흐름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본다. 무한한 세계의 빛나는 길을 스스로 찾지 않아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그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의 마음이 되어본다. 하나씩 만나지는 의미는 더욱 진해진다. 그 길을 더욱 깊이 들어가볼 작정이다. 진한 이야기가, 질곡의 이야기가, 금단의 이야기가 언어의 날개를 달고 곳곳에서 날아다니고 있다. 그것을 잡아보고픈 마음이 간절해 지는 시간에 이리 새로움이라는 것을 마음에 담고 있다. 새로운 언어의 향연이라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는 어구다. 젊은 힘을 마음에 깊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언어가 가져다 주는 지혜, 혜택, 사랑을 마음 깊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