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을 때 내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시집, 대단하다, 나에게는. 거의 대부분의 시에서 얻는다. 좋은 느낌으로, 서글픈 느낌으로, 아득한 느낌으로, 슬픈 느낌으로……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어떤 느낌들로.
장마가 길어지고 장마 안에 파묻혀 있다 보니 이 시집 제목마저 절절해진다. 여름이 가고도 여름, 비가 내리고도 비, 장마가 간 뒤에도 장마일까. 날씨가, 기후가, 계절이, 사람 마음을, 사람 기분을 이렇게나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니, 맑은 날이, 화창한 날이, 상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