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한 권을 읽고 마음에 들어서 지난 호를 구해 본 건 처음이다. 잘했다 싶다. 전혀 실망스럽지 않으니까. 아니, 못 읽었더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이미 읽고 나서 안심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지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비록 아주 작은 양이겠지만.
이 책에서는 '균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균형이라, 균형을 잡지 못하면 무언가 죄책감을 갖는다는 말에 어찌 그리도 공감이 가던지. 마치 우리의 삶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비슷하게 얽매여 있다는 말에 생각한다는 일의 착각과 함정을 보는 것 같았다. 행복해야 한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 글쎄? 나는 이제 이런 표어들이 갖고 있는 환상을 보았다. 더는 휘둘리지 않겠다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겠다. 그래, 관념의 노예로 살 필요는 없었던 것인데, 지난 날 지혜롭게 살겠노라 내가 나를 얼마나 닦달했던지, 스스로에게 사과를 한다. 결국에 나는 남들에게 잘 보이는 인생을 꾸미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쳤더란 말이지.
책을 읽는 내내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긴장과 약간의 흥분을 다 느꼈다. 이렇게 좋은 글들을,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 이렇게 적절하게 제시해 놓고 있다니. 서양의 사상과 동양의 사상을, 고전 사상과 현대 사상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글은 글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또 얼마나 보기에 좋던지. 철학에 관한 글을 긴 호흡으로 읽기 어려운 나로서는 안성맞춤인 잡지다.
책을 보고 나니 균형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이 자체가 내게는 균형 잡힌 일상이 되겠다. 신체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이 정신도 무언가를 먹어야 할 때는 먹고 쉬어야 할 때는 쉬어야 한다. 생각이라서 예외겠는가.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다 잘 살피고 헤아려서 선과 악, 정의와 불의, 믿음과 배신, 양과 음까지 가릴 수 있게 되기를.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을 만큼.
지난 호를 한 권씩 구해 보는 게 재미있다. 이미 절판된 책도 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