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이끌려 골라 본 책이다. 내가 지금 식물을 키운다고 할 수 있는 건지, 그냥 식물이 내 가까이에서 자라고 있다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약간 아리송한 처지이기는 하지만 궁금했다. 식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 마주하는 걸까, 난감하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까, 나랑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의 경우 어떻게 해결할까, 뭐 이런 일들에 대해서.
온전히 내가 기대하던 내용을 담은 책은 아니었다. 작가가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이런저런 곤란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고, 여러 번 겪는 시행착오를 말해 주기는 하는데 핵심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하겠지, 식물을 키운다고 해서 오롯이 식물만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어디 식물뿐이랴. 반려동물도 심지어 직접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까지 무언가를 키우는 일은 곧 내 삶의 영역 일부가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일 테고 그때 하는 이야기는 곧 자신의 삶 전부가 되는 일일 테니까.
어쩌면 지금의 내가 원한 건 단순한 정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식물을 키우면서 생기는 일들에 대한 대처 방법 같은 것들. 유투브나 인터넷 블로그에서 어쩌다가 만나는 유익한 정보-특히 식물을 키우는 초보를 대상으로 하는-같은 것을 담아 놓은 책이었나 하고. 어쨌든 키우겠노라고 들였고 들였으니 죽이지 않고 살려서 푸른 잎과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종종 말라서 시들어버리고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뿌리들을 건져 낼 때마다 좌절감과 죄책감을 느끼곤 하니 딱한 노릇이라고 할 수밖에.
하나만은 확실히 알겠다. 생명을 키우는 일에는 딱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것. 경험으로 알아내야 하고 겪어서 이겨내야 한다는 것. 키운다고 키우는 일도, 키운 것 같지 않았는데 자라고 있는 것을 보는 일도 다 한 과정이라는 것. 너무 많은 관심도 너무 무심한 외면도 생명을 기르는 데에는 적절하지 않은 태도라는 것을. 식물도 나도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까지는 눈으로 코로 손으로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는 것을.
식물이 단조로운 일상을 밝혀 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