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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힘

[도서] 말랑말랑한 힘

함민복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작가의 시를 읽으면 기분이 서서히 좋아진다. 어디 먼 데 있는 환상도 아니고, 도무지 모를 의식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그게 아무리 지독하더라도 그것마저 포근하게 품는 마음과 무엇보다 나날의 생활이 다정한 말들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힘든 생을 마치는 생명을 다루고 있을 때마저도.

 

넓게 보면 지구에 인간만 사는 것도 아니고 인간과 더불어 살든 그저 저희들대로 살든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무수하고 인간은 한 종일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인 우리 존재는 서로에게 또 다른 대상을 향해 얼마나 나쁜 짓들을 많이 하고 사는 것인지. 저 살자고 하는 일만도 아니면서. 나는 시 한 편 한 편을 읽고 넘기면서 시인의 눈을 좇아 내 주위를 살핀다. 말랑말랑한 힘으로 살아가는 애틋한 목숨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말랑말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쭉 곧고 단단하기보다 더 힘든 일이 말랑말랑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지난 날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알고 있다고 해서 아는 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님 또한 알고 있어서 일상은 고단하다. 고단해도 살고, 살아야 하고, 살 수밖에 없겠지만,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라면서.  

 

나온 지 시간이 꽤 된 시집인데, 유독 한 편의 시가 돋보인다. 괜히 '지장보살'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하필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던 것일까. 

 

86-87

  [기호 108번]

국민들을 위한다면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말을 팔았으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일을 하셨어도

진정 국민들을 위하였다면

자신이 부족하였음을 느끼셨을 텐데

부족하여

미안하여

재산을 다 헌납하시거나

아무도 모르게 선행으로 다 쓰셨어야 옳았을 텐데

재산이 늘었다니요!

잘못 전달된 거겠지요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 재산을 늘린 분들이 계신다면

대통령님이시거나, 국회의원님이시거나, 검사님이시거나,

도지사님이시거나, 시의원님이시거나, 농협장님이시거나,

다 개새끼님들 아니십니까

국민들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말을 파신 분이나 

말을 파실 분은

중생들이 다 극락왕생할 때까지

성불하시지 않겠다는

기호 108번

지장보살님 꼭 한 번 생각해주세요

말랑말랑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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