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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도서] [예스리커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시집을 읽으면서 내가 빠지는 두 가지의 경우. 온전한 시 한 편을 마음에 들어하거나 각 시들 속 몇몇 구절을 마음에 들어하거나. 다 마음에 들면 무엇보다 내가 좋겠지만 그건 또 다른 바람이 되고. 이 시집에서는 구절들을 얻는다. 앞뒤 맥락이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한 행씩 적다 보면 이것대로 울림이 나온다. 

 

시는 대체로 내게 막막했다. 여름의 열기는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듯했는데 나는 시인이 초대하는 언덕으로 오르지 못했다. 이만큼 떨어진 평지에서 흔들리는 마음 없이 바라보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감정들을 굳이 빼앗듯이 가져오고 싶지는 않아서 허술하게 읽어 넘겼다. 그러다가도 눈이 멎는 구절들은 꼭꼭 챙기고.

 

책 표지가 신선하고 예쁘다. 시집의 제목으로 쓰인 시의 제목도 산뜻하다. 이게 또 어떤 이에게는 구매의 조건이 되기도 하나 보다. 시인의 이름과 출판사만 고려하여 시집을 구입하거나 읽는 나로서는 다른 차원의 취향을 인정하게 된다. 이런 즐거움을 만나는 일도 반가운 시절이다.   

 

13

어긋나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

 

15

돌이켜보면 주저앉는 것도 지겨워서

 

16

생각으로 짓는 죄가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18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21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7

낮게 나는 새들이 있고 그보다 낮을 수 없는 마음이 있고

 

46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88

구름이 아름다운 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겠지

 

91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도 찰나의 힘으로 떠돌겠지

 

107

내 마음이 던진 공을

내가 받으며 노는 시간

 

135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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