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어떤 제목들은 내놓고 말하기가 껄끄럽다. 아마도 그러라고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겠지만. 이 소설 제목도 요즘 시대에는 부담스럽게 보인다. 책 제목만으로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을 진단하는 사람이 정말로 있기도 하니.
추리소설의 맛 하나는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범인이 아니게 되는 과정과 전혀 범인일 것 같지 않아 보였는데 범인으로 밝혀지는 과정에서 헤매는 시간에 있다. 나는 늘 못 알아맞히는 쪽이다. 일부러 알아내겠다고 용을 쓰면서 읽는 것은 아닌데, 읽으면서 은근히 붙잡아 보던 인물이 범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면 좀 무안해지기는 한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작가에게 참 잘 속는 독자인 셈인데, 이 또한 나는 장점으로 여기련다. 책을 읽는 맛만큼은 제대로 얻는 것이니까.
이 소설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익히 알던 이가 아니다. 루크라는 전직 경찰인데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 할머니마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고는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이미 몇 사람이 죽었다. 서로 연관되는 점이 없어 보이기만 하는데. 루크는 호기심과 사명감을 갖고서 참으로 느린 속도로 사건을 파헤친다.
쉬울까? 과연 살인이? 실제로도 괴물 같은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세상이라 아니라고도 말 못하겠다. 인간의 본성 하나를 탐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떤 이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질투든 시기든 복수든 원망이든 아니면 그냥이든.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일, 다 같은 사람이 맞는 것일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루크로 나오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었다는데, 퍽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