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들어도 좋을 때가 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을 좋은 마음으로 대하는 경우, 그 이야기 자체가 들어도 들어도 여전히 좋은 기분을 갖게 하는 내용을 품고 있는 경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호감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마련해 본 말이다. 나는 이 작가도 좋아하고, 이 작가가 하는 말은 계속 좋게만 들린다. 이미 들었는데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싶은데도, 또 들어도, 또 읽어도. 이게 사람이 가진 매력인 것일까.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일 수 있을까?
잘 읽힌다. 그래서 섭섭하다. 금방 다 읽어 버리고 말겠군. 그래서 또 천천히 읽는다. 책장을 바로 넘기지 않고 책을 덮는다. 몇 장씩 감질나게 읽는다. 그래도 좋다. 부담도 없고 무리도 안 되고. 그러면서 나 역시 매일 이곳이, 지금 살고 있는 내 처지의 모든 것이 좋아진다. 고마운 일이다.
사소한 일과 경험들을 사소하지 않은 자신만의 역사로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본다. 에세이라고 다 같은 품격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어떤 글은 지루하고 옹졸하고 유치하고 지긋지긋하기만 한데 그 정반대에 있는 담백하고 솔직하며 깔끔한 글, 그리고 인생.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만화도 에세이도 모자람이 없다. 넘치지 않아서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넘쳐 보이려고 애쓰는 이들의 안간힘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더 배우고 익혀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