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에 적절한 때를 만난 기분에 푹 빠지는 소설이 있고 때가 안 맞아 어긋난 느낌을 받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나랑 안 맞는 시간에 만난 듯하다. 소설 자체가 가진 힘 외에 영향을 받는 다른 요소가 있다는 걸 챙기고 보니 약간 당혹스러운 느낌도 든다.
이 소설이 1961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니 고전인 셈인데, 나는 아주 늦게 이 책을 본 것이고 그래서 내가 본 영화들-특히 콘택트라는 제목의 두 편-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소설을 읽는 나를 성가시게 만들고 만 것이었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분명한데, 먼저 생각해 낸 이 소설 작가가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인데, 이걸 거꾸로 되새기고 있자니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해야 하나. 큰 손해를 본 느낌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지구를 넘어 우주를 헤아리는 일은 어쩌면 내 머리 안의 의식을 헤아리는 일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둘다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또 아무나 해 보려고도 하는 일이다. 둘다 정확하게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먼저 생각하고 더 생각하고 많이 생각해서 밖으로 드러내는 쪽이 우선이다. 맞다, 아니다로는 끝내 판정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내 취향에는 안 맞는 상상이다. 나는 이런 상상을 거의 하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다른 이가 상상해 놓은 것을 보고 즐기는 일은 좋아하지만. 놀라움을 얻지 못하고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인상이 끼어 들기만 해서 독서로서는 실패했다. 작가의 이름과 솔라리스라는 용어를 익히게 된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