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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도서]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윤혜자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것. 우리는 누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더 가까이 있나 하는 차이가 있을 뿐. 조금 더 따지고 보면 이 물음이 썩 다른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도 하고. 나는 먹는 일에 성의가 많이 없는 사람이고 보면 살기 위해 먹는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은데.  

 

일기 형식이다. 1년을 꼬박 먹는 내용으로 일기를 쓴다? 내 경우를 짐작해 본다면 쉽게 그려진다. 작가와는 정 반대쪽에 있는 사람으로. 김치나 장과 같이 긴 시간을 들여 마련해야 하는 음식 쪽으로는 관심도 전혀 없고 노력을 기울일 의지 자체가 없는 형편이라 죄책감마저 느껴야 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서. 이 정도라면 내가 내 몸을 학대하는 정도인 것일까 의심마저 들어서. 그렇다고 마음을 바꿔 당장 뭘 준비해 보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고 보았다. 매일의 밥상이나 음식과 그에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 형식의 글. 무엇을 먹고 있느냐가 현재의 그 사람을 말해 준다는데 딱 알 만큼 보여 준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많이 다양하게 만들어 차려 먹는 게 아니더라도, 적게 담백하게 먹더라도 충분히 넉넉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 혼자만 아니라 여럿이 어울릴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네 정식 차림이 워낙 반찬이 많은 형태여서 오랜 시간 쓸데없는 강박에 시달려 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잘 차려야만 누군가를 대접할 수 있는 것으로.

 

잘 먹는다는 의미를 새롭게 새길 필요가 있다. 적어도 많이 먹는 일은 아니겠다. 먹는 일 자체가 아니라 먹는 내용에 대한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괜찮았다. 나를 조금 더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룽지를 끓여 먹더라도. 사는 게 별 것이냐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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