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트로피컬 나이트

[도서]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무서운 줄 알면서도 읽고 막상 무섭다 여겨지면 더 읽기가 머뭇거려진다. 어쩔 수 없다. 내 취향의 한계선이다. 읽을 수 있는 글이 있고 그러기에 부담스러운 글이 있다는 것. 꼭 읽어야 한다고, 꼭 읽었으면 한다고 해도 그럴 것까지야 하면서 뒤로 물러서게 되는 글. 이 작가의 작품 세계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무엇이 무서운 것이냐고 누가 물어온다면? 글쎄, 잔혹한 묘사 부분? 아주 조금이라도 아주 약간이라도 나는 글을 통해 잔혹함을 체감하고 싶지 않다. 상상으로도. 모른 채로 살고 싶을 뿐이다. 어떤 감각은 사는 동안 전혀 발굴하지 않은 채로,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책에 실린 여덟 편의 글에서 모두 무섭다고 느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단 한 편에서라도 이 느낌을 받고 나면 남은 글도 대충 보게 되고 작가의 이름도 멀리하도록 기억하려 한다. '고기와 석류'는 너무 크고 강렬한 인상을 내게 던졌다. 읽는 내 기분을 몹시 불편하도록 만들어 버렸으니 오래 기억하게 될 듯하다.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은 좋았는데, 고양이의 비밀이 근사했는데, 우리 고양이가 더 신비하고 다정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한번 더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러나 책은 무서움으로만 남았다. 

 

환상에도 여러 층위가 있고 그 안의 내용도 여러 갈래로 갈라질 것이다. 공포나 괴기나 잔혹은 내가 재미를 느끼는 쪽이 아니다. 단지 그럴 뿐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