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말이 내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와 닿는다. 이 역시 내 사정이다. 작가는 책 제목에서부터 '혼자서 잘 먹었다'고 하는데 나는 왜 '다른 사람과 같이 먹고 싶었지만'으로 돌려 읽는 것인지. 같이 먹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서 혼자 먹게 되었는데, 이왕 혼자 먹을 것이면 되도록 잘 챙겨 먹자 뭐 이런 식으로. 오늘은 내가 혼자 있는 게, 혼자 먹는 게 그리 썩 달갑지 않은 날인가 보다.
책은 여러 모로 낯익다. 글의 내용도 편집도 그림까지도. 요즘 이런저런 곳에서 많이 본 형태다. 바꿔 말하면 특정 작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구나 쓸 수 없겠지만 누구나 쓸 수 있을, 그래서 썼는데 이게 또 누구인지는 굳이 궁금하지 않은. 그래, 혼자 잘 먹었구나, 그럼 되었네요, 끝....
혼자서 무슨 일이든 잘 하고 싶다는 건 같이 하는 게 힘들어서 혼자 잘 하고 싶어졌을 수도 있고, 같이 하고 싶은데 여건이 맞지 않아 혼자 할 수밖에 없지만 혼자서라도 잘 하고 싶어 그럴 수도 있고, 이래저래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잘 돌보고 싶다는 의지에 잘 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잘 하면 좋지, 무슨 일이라도. 우리는 어쨌든 살아 나가야 하는 존재이니까.
이런 주제의 컨텐츠가 계속 나오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혼자서 잘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일도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한쪽으로만 쏠리지 말 것, 혼자일 때도 여럿이 함께일 때도 적절한 힘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잡아먹거나 물리치지 않도록.
오늘은 혼자보다 같이 잘 먹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