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유한 저택에서 일어난 사건. 저택의 안주인으로부터 초대받은 사람들 중 잘생긴 남자가 살해당한다. 그런데 알몸인 채로 발견이 된다. 왜 죽었는가를 살피다 보면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알게 되는데 이 점이 퍽 인상적이다. 현실이든 소설 속이든 사람이 죽고 나면 그가 살아온 내력을 더듬어 볼 수밖에 없다. 비록 본인이 현생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해자와 범인 사이. 어떤 피해자는 말할 수 없이 가엽고 그래서 범인을 아주아주 증오하게 되고 어떤 피해자는 차라리 잘 되었다 싶을 만큼 속시원해서 범인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이 소설 속 피해자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살아서 잘 하는 일이라고는 1도 없는, 남을 괴롭히기만 하고 원망만 사는, 그래서 살해당한 뒤에도 범인을 동정하게 되는.
지역 경찰인 몰리 경감과 엘러리와 매클린 판사가 함께 수사를 한다. 서로 투닥투닥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실의 수사 과정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으니 어느 정도의 현실감을 반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가 보다 할 뿐, 소설 속이니까 더더욱, 게다가 주인공이 엘러리 퀸이니까. 형사들은 정말 어떤 사람이며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일까, 가벼운 궁금증만 품는다.
이번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소설의 구성 방향을 거꾸로 짚어 보곤 했다. 작가는 피해자를 이런 사람으로 설정했을 것이고, 이 사람을 이런 방법으로 살해당하도록 배치하였으며, 주변 인물들 모두를 범인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행동과 대화를 나누게 하였을 것이며, 마침내 범인은 이렇게 나타나서 잡히도록 할 것이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중요한 단서가 되는 배경 설정은 물론이고. 쉽지는 않았으나 꽤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그럼에도 범인에 대해서는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나쁜 놈을 피해자로 만들어서 범인을 찾게 하는 소설의 설정, 답답하기도 시원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