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나서 만화방에 가 본 적이 있나? 내게 만화방은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 문방구와 붙어 있던 그 만화방이 전부다. 가게 주인이 엄마의 친구 분이셔서 빌려보는 만화책 한 권 값으로 해 저물때까지 내리 볼 수 있었던 진정 황홀한 문화 공간이었다. 나는 그때 잠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내가 그린 만화를 나같은 열성 독자들이 즐겁게 봐 줄 수 있다면, ... 연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를 장식하고 있는 무수한 만화책을 보면서 그런 추억을 잠시 떠올렸다.
이 연극은 따뜻한 연극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줄창 웃고 나오는 연극은 아니다. 간간이 웃음 코드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애잔하고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하다. 아이언맨이 날아다니고 트랜스포머가 돌아다니는 스마트폰 시대에 만화방이라니, 만화방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니.
연극을 보는 내내 교과서의 연극을 떠올렸다. 연극과 극본을 수업할 때에 이 연극을 함께 본다면 참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으니까. 고전스럽다고나 할까, 교육적이라고나 할까, 둘 다이겠다. 눈물까지 핑그르르 돌아준다면 카타르시스까지.
이런 연극은 정말 학생들이 학급별로, 단체로,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면 좋을 텐데. 다른 억지스러운 체험활동 말고 이런 문화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 있고 돈 많은 기관에서 후원 좀 해주면 좋겠다. 배우들은 안정된 공연을 보여줄 수 있게, 학생들은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게, 그게 인성교육면에서 사회 유지 차원에서 훨씬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