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습관처럼, 잊지 않고 손을 댄다. 취미로 삼고 싶다, 영어 단어 외우기. 혹은 외국말 아무 거라도. 미국의 초등학생용 읽기 자료집이라는데, 먼저 내 영어 수준은 어떤지, 미국에서는 자국민을 위한 국어 읽기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으려나 그런 심정으로 꼼꼼히 본 편이다.
책 내용은 참 좋다는 생각이다(물론 내가 다른 책과 비교할 수 있는 능력에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저 내가 읽기에 좋았다는 뜻). 초등학생이 전 교과 과정에서 배워야 할 모든 내용을 비교적 짧은 글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각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단어가 담겨 있는 글이라는 게 중요하다. 만약 우리의 초등학교 5,6학년들에게 이런 체계를 갖춘 읽을거리를 주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 만들어내는 게 좋을까, 각 학년에 교과별로 필수적인 단어들을 어떻게 선정하고 그것으로 글을 엮을 수 있을까, 누가 해 주어야 할까......궁리만 했다. 답도 보이지 않는 물음을 떠올리면서.
우리에게는 학년별로 익혀야 하는 필수 단어 체계라는 개념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참고서에서 알려주는 대로, 개인이 익혀서 알면 다행이고, 모르면 여러 모로 손해를 보는 그런 방식. 그러니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 많을 수밖에. 숫자로 된 수학 문제는 잘 풀어내지만, 그 문제를 풀기 전의 한글로 된 서술형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 시험 문제에 나오는 용어의 뜻을 몰라서 무슨 문제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 아무래도 내가 고민하고 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만 같으니.
낱말을 익히는 절차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낯선 단어를 먼저 익히고, 그 단어가 담긴 글을 읽으면서 맥락과 함께 뜻을 익히고, 잘 읽었는지 내용의 진위를 구분하는 문제를 풀면서 단어의 뜻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단어의 뜻을 확인하고. 전체적으로 한번 읽기만 해도 낱말이 머리 속으로 들어올 것 같은 구조.(내 경우 글을 보는 당시는 외워진 듯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다 잊어버리게 되었지만) 그리고 다양한 영역들의 단어들.(문학만이 아니라 역사, 과학, 지리, 수학, 예술에서 쓰이는 용어들. 나는 이게 참 마음에 들었다.)
2권을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고, 이제는 다른 짜임을 가진 책을 또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