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 점심도 못 먹고 대학로에서 본 연극이다. 좌석을 정해주는 게 아니라 선착순 입장이다 보니, 표를 받고서부터 그냥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늦게 오는 사람은 입장이 되는 건가 어쩐 건가 괜히 남 일에 신경이 쓰였다. 줄 서서 보는 연극은,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연극의 내용은, 괜찮았다. 점심을 못 먹은 게 억울하지는 않을 정도였으나 그렇다고 썩 좋았다고 흥분할 만큼은 못되는 연극. 소개하는 프로필의 사진과 실제 배우를 연결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움도 맛보았다.
관객 참여 연극이라고 배우들이 소개를 했다. 적절하게 배우들을 개입시킨다. 그 대목에서 웃음도 나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앞쪽에 앉아 있으면 무대로 오르는 기회를 얻기도 하는데, 그 또한 그 관객에게는 추억이 될 것이다. 연극과 마당놀이의 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건가, 요즘 연극에서는 관객들의 참여도가 조금씩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관객의 수준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장르가 다양해진 것일 수도 있고, 거리감이 줄어든 것만은 맞을 것이다.
죽는 일도 삶의 일부라는 것, 어떻게 죽느냐 하는 문제는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와 같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나를 살리는 것도 나를 죽이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내 몫일 테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결국은 끌어안아야겠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잘 살아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