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홀, 좋았다. 가서 보는 내 마음에 잔잔한 자부심 하나 남겨 줄 만큼. 기회가 되어 또 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도 남길 만큼.
평소 나는 고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겨온 편이다. 그의 예술성은 잘 모르니까 미루어 두고라도 광기어린 집착이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흔들리면서 불타는 듯한 그림이 좀 무서웠으니까. 내게 예술의 효과는 감정의 상승이 아니라 안정에 있으므로. 그래서 그에 관한 책도 제대로 본 적이 없고, 굳이 알아보겠다는 의욕도 갖지 않았다. 이름만 알고 있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고.
이 뮤지컬도 나보다는 내 아이들 덕분에 본 셈이다. 얘들이 보고 싶어한 쪽이었으니. 본 후에 쓰는 것인데 고흐에 대해서도 뮤지컬에 대해서도 아주 만족을 느낀다. 몰라서 이해하지 못했던 고흐의 삶과 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고, 두 배우의 정열이 듬뿍 담긴 노래에도 감동했으니까. 참, 배경으로 등장하는 고흐의 그림들, 빛과 기술을 이용하여 배경으로 선사하는 장치에 저절로 감탄이 일었다. 아, 저렇게 보여줄 수도 있구나. 오죽했으면 고흐의 화집을 갖고 싶다는 욕심을 처음으로 가져 보았을까.(처음이 아닌가, 기억이 없으니. 아직 갖지 못했으므로 이런 꿈은 계속되겠지.)
여유만 있다면, 시간이든 돈이든 마음이든,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것이 제공되는 시대다. 누리는 만큼 행복해지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