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김수로 프로젝트 음악극이라고 한다. 내가 본 공연에서는 김동현-조풍래-김보강이 출연했는데 출연진을 미리 확인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나았다. 유명 배우에 대한 선입관이 없어서 더 몰입이 되었고 즐길 수 있었다.(김수로 씨나 강성진 씨를 봤다면 그건 그것대로 즐거웠을 것이다.) 유럽을 이런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다니 관객으로서 기획이 참신하게 여겨졌다.

등장하는 배경은 대체로 낯익은 곳들이다. 패키지 여행이든 배낭 여행이든 우리 쪽에서 간다면 반드시 포함되는 관광지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만 머물지 말고 벗어나기를 권한다. 누구나 유럽에 가면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 바로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여행, 그런 여행을 해 보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연극이다. 마침내 남들처럼 살려고 하지 말고, 남 보라는 듯이 살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 보라고 권하는 연극. 젊은이에게든 나이 든 사람에게든 지금 시대에는 이런 삶의 방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세 사람의 밴드가 현장에서 직접 들려주는 연주와 그에 맞춰 부르는 연기자들의 노래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더러 오글거리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고단한 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떠올라 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에게도 이 음악극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무언가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그 시도는 성공한 게 아닐까. 이 연극을 보고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대로 괜찮을 것 같고, 곧바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면 그 또한 축복받은 여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꿈이, 사실 그렇게 거대하고 거창한 것만은 아닐 것인데, 팍팍하고 윤기 없는 일상 때문에 자주 우울해지곤 한다. 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꿈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