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다. 정말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오로지 영어로 된 영어동화책을. 말로만 꿈꾸었던 영어책 읽기. 나의 처음도 미약하지 않았으며, 나의 나중도 미약하지 않으리라, 히히.
사실은 순전히 딸과 아들에게 읽으라고 하려고, 시키기 전에 엄마가 읽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려고 시작했던 영어 읽기였다. 쉬웠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고, 어려웠다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이고, 한 페이지에 서너 개씩 모르는 영어 단어들을 딸의 전자사전으로 찾아가는 재미까지 보태어 읽었다. 사전이 가까이 없다면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괜찮았을 것 같은 낱말들.
읽다 보니 이 동화책을 읽은 기억이 없었다. 너무 어려서 읽어 다 잊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읽은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처음으로 읽은 영어동화책이 이 책이어서 그게 마음에 든다. 예쁜 책이었으므로.
classic starts로 수십 권의 동화책이 출간되어 있다. 아마 영어책읽기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책인 모양이다. 세트는 품절이라고 나와 있고 개별로 사야 할 것 같다. 아, 무더기로 사야겠다. 나의 이 감동을 내 딸과 아들도 맛보았으면 좋겠다.
연필로 줄 긋고 뜻 달아가면서 읽은 동화책, Yes24의 책 분류에 '유아/어린이' 항목으로 나와 있는 게 좀 머슥하지만, 뭐, 어때? 영어책 읽기에서는 내가 바로 유아 수준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