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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도서]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반려동물, 반려식물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대신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존재로 동물이나 식물을 삼으면서 나온 용어이다. 보통 동물이나 식물을 데려와 돌봐준다고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것을 자신의 공간 속으로 함께 들여 온다는 것은 내가 있는 곳에서 함께 살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살펴 수발한다고 한다. 동물이나 식물이 집에서 무위도식하지는 않는데 말이다. 모든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도 식물과 살면서 돌봄을 받고 싶은 마음이기에 반려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새집을 사고 무엇보다 정원을 꾸미는 것에 신경을 쏟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식물을 키우시는 모습을 보고 큰 영향으로 아버지처럼 백합과 수국 등을 심고 갖가지 식물이름을 기록했다가 코딱지만한 공간에 맞추어 다시 그 이름들을 지우고 한다. 어린시절 보았던 식물들을 먼저 심는 모습은 누구든 고향을 그리는 우리의 마음과 같다. 담장아래 심겨진 식물들은 집과 길을 나누고 집과 집을 나누는 담장이라는 어떤 경계를 단절이 아닌 공간으로 재창출하게 한다.

시인인 저자는 식물을 의인화해서 본다. 식물들이 본인 곁을 떠날 수 있을 것인데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준다고 생각한다. 식물은 아무 말도 없이 자라고 몸을 세우고 마음을 세워 제 할 일을 하는 것임으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진실을 식물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이 세월에 따라 달라지듯 식물도 힘겹게 새 잎을 밀어 올리고 최대한 멀리 끝으로 밀어가며 조금씩 바뀐다. 저자는 꽃과 연두에 우선순위는 없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식물 전체의 삶을 지탱하는 연두가 더 식물적 삶에 적합한 것 같다고 한다. 작은 마당이나 화분에서 마음껏 자랄 수 없는 식물들에게 열매나 꽃을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꽃이 아니면 어떤가 연두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답다. 버티는 일도 그렇다. 버틴다는 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일이다. 사는 것 자체가 버티는 것이니 반려식물에게서 많이 배운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모난 부분들이 많이 깍이어 둥글둥글해지는 것 같다. 기다림을 배우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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