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 이후로 육아서는 늘 옆에 끼고 있는 책 중 하나이다. 언제든 내 마음이 비좁아지고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면 들춰보곤 한다. 또 육아서는 아이의 행동 뿐 아니라 내 자신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책도 그랬다. 이미 이 방면의 전문가인 저자는 책을 내면서 자신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알고있는 지식만을 전달해도 충분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시절과 과거 엄마로서 부족했던 모습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그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읽으면서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많이 부족한 내가 노력하고 배우면 (저자처럼)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속마음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대화란 겉으로 주고받는 말만이 아닙니다. 상대와 나누는 관계의 질은 속으로 생각하는 속대화, 즉 자기 인식의 수준으로 결정됩니다.(p.69)"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온 엄마가 현관에 들어서면서 방문 틈 사이로 아들이 컴퓨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저 녀석 또 공부는 안하고 게임하고 있구나.(속대화)'라고 생각한다면 잔소리가 튀어나가게 되지만, '아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 뭘 하고 있는 걸까? 숙제는 했을까? 물어봐야겠다.(속대화)'라고 생각한다면 "아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 숙제는 끝내고 하는 건지 말해줄래?(겉대화)"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속대화를 먼저 정돈한 뒤 말을 하면 실수가 줄어들어 아이들도 행복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즐겁다(p.71)고 하니 항상 속대화를 정돈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아이와의 관계 뿐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를 더 낫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엄마로서 매일 실수하는 자신을 볼 수 있으면 아이의 실수에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p.176) 아이들은 배워가는 존재로 우리에게 보내졌습니다. 아이가 실수할 수 있다는 걸 먼저 인정해주는 게 좋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수하니까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를 생각하면 이해해주기가 쉬울 거예요.(p.179) 정작 엄마인 나는 덜렁거리고 약속시간에 늦는다거나 중요한걸 깜빡 잊고 집을 나서는 등 인간으로서 가진 약점을 매일같이 보여주면서도 아이가 하는 작은 실수들에는 얼마나 너그럽지 못했던지를 돌이켜 보게된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 조금만 시간을 주면 아이 스스로 이 실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질문하고 처리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p.181) 가끔 아이의 사소한 실수에도 과민하게 반응해서 목소리가 커질 때가 있는데, 아이의 그 작은 마음으로는 많이 두렵고 억울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이도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아는데, 조금만 시간을 주면 서로 마음 상하지 않게 바로잡을 수 있었을 일을 내 감정이 앞서 아이가 바른 행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저자는 부족한 우리의 모습을 책망하지 않고 감싸준다. 편안하게 읽기 좋은 육아서이다. 책은 두가지 챕터로 나뉘어있는데, 하나는 <엄마인 나 이해하고 공감하기>이고 둘은 <우리 아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부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느끼는 것은 일단 엄마인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육아를 할 때 나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인데, 챕터 1에 그러한 부분을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챕터 2에서는 육아의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실어놨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순간이 올 때 해당되는 부분을 들춰보고 따라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물론 책을 전부 따라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는게 바람직한지를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모르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당장은 되지 않더라도 자꾸 의식하다보면 언젠가 바뀌어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므로 말이다.
하늘을 보면 얼마나 별이 다양하고 예쁜가요. 별이 하나만 떠 있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각자 수많은 별 속에 서 있는 주인공입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아룸다운 것이지 다른 별보다 아름다운 게 아닙니다. 별은 그냥 별일 뿐입니다.우리 모두가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별입니다.(p.173)
우리 집에도 별이 하나 있다. 그 별이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빛나길, 그런 별을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길 희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