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불평등 : 재난은 왜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
같은 규모의 재난이 발생해도 장소와 시기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가 나타난다. 이 책은 자연 과학자의 시선으로 재난을 분석한 책이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겪은 재난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동일한 조건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 피해를 입혔지만, 그 규모는 나라마다, 인종마다, 계층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재난은 기본적으로 불균등한 특성을 지닌다고 하나, 오늘날 이 재난은 자연적인 현상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다. 재해를 겪은 나라가 기 부를 원한다면, 사망자 수를 부풀릴 가능성이 있다. 피해 규모보다는 사망자 수가 기부자들의 동정을 더 이끌어낸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사회적 선악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 관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람들이다. 경제난과 부패를 겪는 나라 또한 통제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인 21세기를 살아가며 이러한 상황은 불가피하며 필연적인 것일까?
재난 불평등의 원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다소 심도있게 다루고, 자연 재해를 이해하려면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흥미롭기는 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 너무 반복되고 사례들이 좀 번잡하게 느껴졌다. 명쾌한 책은 아니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재난"이란 말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자연 발생하는 지구의 리듬에, 아무리 겪어도 자연의 움직임을 도저히 예상 못할 것 같은 인간 사회의 리듬을 엮어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자연이 인간 본성과 만날 때, 재난은 불가피하다. (20p)
- 지배층은 재난의 충격을 완화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소득의 변화를 겪지 않는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죽고, 심하게 다치고, 집을 잃는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욱 더 고통받는다. 조금이나마 갖고있던 것을 모두 잃는다. 그들은 큰 타격을 받는데, 경제적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들의 경제활동은 집계되지 않으며, 규모도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그들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은 주목받지 못한다. 지배층은 확실히 이득을 볼까? 직접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에 비해 잃는 것이 적고 더 빨리 복구할 수 있기에 가난한 이들과의 격차는 더 크게 벌릴 수 있다. 불공평한 사회가 더욱 불공평해지고, 권력과 부는 더더욱 편중된다. (164p)
- 이 모든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부와 가난의 사회적, 지리적 질서가 계급 사이의 물리적, 경제적 차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재난은 항상 저소득층에게는 피해를, 상류층에게는 단순한 불편만을 끼침으로써그 차이를 더욱더 벌인다는 사실이다. (257-25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