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고도 버림받는 하류중년 보고서”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직장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하는 중년세대를 대상으로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방향을 소개하고 있는 최초의 ‘중년파산 보고서’이다. 이 책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중년세대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과정과 그것을 유발하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중년의 몰락을 겪고 있는 일본 사회가 배경이지만, 한국 사회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수 많은 중년들이 그들의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사회에서 소외당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IMF 이후 지금까지도 중년의 몰락은 계속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년세대의 파산은 비단 경제적인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는 게 더욱더 문제시 되고 있다. 점점 노령화 사회를 넘어 초노령화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이나 한국에서의 중년의 파산은 결국 노인들의 고독사라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독사 이전에 연로하고 병든 부모님들을 간병하고 모시려는 중년들의 퇴직은 또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모두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누가 중년에게 파산을 선고했는가”라는 주제로 모두가 빈곤으로 치닫는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제2장은 “고단한 삶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잃어버린 세대의 현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제3장은 “평범한 궤도를 이탈한 사람들”이란 주제로 12명의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단 한 번의 탈락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제4장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주제로 청년도 중년도 노년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삼포세대, N포세대 등으로 대변되고 있는 청년층에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성한 신조어인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의미이다. 현실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과 절망, 분노가 드러난 단어로 SNS를 통해 인터넷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최근에는 언론에서 조차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청년층의 문제 역시 근본적인 원인을 찾다보면 중년의 몰락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2016년 1, 2월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는 1,727명이었다. 그중 40대는 전체의 28.2%, 50대는 37.17%를 차지했다. ‘한창 나이’라고 불리던 중년이 이 같은 빈곤 문제를 겪는 것은 대단한 불성실이나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다. 어쩌다 한 번 회사라는 궤도에서 이탈하면 1~2년 안에 곧바로 빈곤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는 곧 노년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게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이다.
일할 수 있는 나이라는 이유로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된 중년의 빈곤 전락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직장에서 버림받은 중년세대는 변변한 새로운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을 직장에 헌신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가족에게도 철저하게 외면당하게 되고 혼자 고립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결국 단 한 번의 실패는 곧 빈곤층 전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중년세대의 파산은 곧 가족의 위기이고 모든 세대를 병들게 한다는 게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고독사 문제에는 ‘중년파산’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6년 9월 1일자 노컷뉴스 ‘보건복자부의 2015년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1년 682명이었던 수치가 2015년 1,255명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이 중 50대 무연고 사망자가 전체의 29.6퍼센트, 40대도 13.8퍼센트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혼자 살다 숨진 뒤 최소 3일이 지나 발견되는 ‘고독사’의 경우도 2016년 8월 23일자 기사에서 언급된 서울시복지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사례 2013년 162건 중 50대의 고독사 비율은 무려 36퍼센트이었고 40대의 경우도 14퍼센트에 이르렀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문제는 중년의 나이에 실패하게 되면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실패가 재기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의 자살률 평균 2배에 이르는 수치로 수년간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특히 40~50대의 자살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가 바로 중년의 몰락 즉, 중년파산에서 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년파산’은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중년파산은 곧 가족의 위기이자 ‘모든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악성종양이다. 이런 악성종양은 결국 ‘약 먹어서’는 치료될 수 없을 것이고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국가와 사회전체가 의사가 되어서 악성종약을 제거하는 데 힘을 합쳐야 될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중년이 놓여 있는 처절한 현실을 진단하고, 중년문제의 해결을 통해 ‘청년, 중년, 노년’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중년문제의 해결책은 ‘생활보호제도의 보완책’과 사회보장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중년의 행복을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고용의 질’이 보장되고 ‘자신의 능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리 큰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사회에서 모두가 안심하고 평범한 중년의 삶을 유지해나갈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안심하며 일하고 서로 돕고 격려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다가오는 미래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중년파산이라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배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