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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도서]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저/송무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고갱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싶어서 고갱이 살았던 타히티 섬까지 다녀왔다는 서머싯 몸. 소설속의 스트릭랜드가 증권거래소에 다녔다는 것,가족과 헤어져 타히티섬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다 죽은 것등은 고갱의 삶과 일치한다. 표지의 그림때문에라도 책을 읽는동안 고갱을 보고 있는듯했다.

 

 서머싯 몸은 죽은 후에 화가로서 유명해진 스트릭랜드와 가까이 지낸 인연으로 회상기를 쓰게 되었다는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간다. 내가 스트릭랜드를 만나서 겪고 느껴던 것,또는 그를 아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이다. 스트릭랜드는 증권거래소 직원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편지 한 통 남기고 떠나버렸다. 작가인 '나'는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아 밥 한번 같이 먹었을 뿐인데, 그의 아내 부탁으로 스트릭랜드를 만나러 가게 된다. 여자랑 바람이 나서 가정을 버린거라고 생각했지만,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떠났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못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p69

 

 그림을 그리는 것이 삶의 의미라는 말로 들린다. 가난하게 사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고,가족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보편적인 진리, 인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양심에 호소해도,가족에 대한 죄책감 하나 보이지 않는 그를 보며 공포를 느끼기도 했지만,그의 창조본능이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정확하게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기에 혼자 질문하고 상상할 뿐이다. 그의 냉정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 나는 그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스트릭랜드는 자신에게 친절함을 보이는 화가 스트로브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나의 친구이기도 한 스트로브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보고 천재성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난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병에 걸린 그를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하여금 간호하게 하는등 그에게 최선을 다하지만,스트릭랜드는 당연하게 여길뿐이다. 자신을 사랑하게 된 그의 아내를 버림으로써 자살에 이르게까지 하면서도 어리석고  균형 잡히지 않은 인간이기에 그런거라고 말할 뿐 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인간적인 면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그 일이 있은 후 스트릭랜드를 만나지 못한 나는 그가 말년을 보냈다는 타히티 섬으로 가서 그를 알고 지냈던 사람들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 된다'  는 것을 섬 사람들은 알고 있었기에 그 환경에서는 그가 고약하게 보이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하게 될만큼 그에 대한 평은 호의적이고,그의 예술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문둥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죽기 전까지 그렸던 벽화는 그의 마지막을 보았던 의사를 통해 그가 천재였음을,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달이 혼과 관능의 세계, 또는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한다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면서,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p310

 

 라고 밝히고 있다. 가족을 버리고, 타인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는 사람이기에 인간적으로는 정이 가지 않았지만, 속세에서 발을 떼고, 가난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조차 없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가기가 어디 쉬울까?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 보고 진정 용기기 필요할 때 용기를 내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의 소재가 된 고갱에 대해서 한마디 곁들이자면 난 그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단한 취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그림이 나랑 맞지 않고, 인간적으로도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랄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그에 대한 일대기 형식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이 책을 읽고나니, 고갱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고갱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그의 소설 '인생의 베일' 을 재밌게 읽었었는데, 다른 책들도 읽을 목록에 올려둔다. 화자인 나를 통해 인격, 아름다움이란 것, 사랑, 양심, 예술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데,지금 읽어도 전혀 고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그의 글들이 참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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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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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초보

    그러니까 달과 6펜스는 정신과 물질에 대한 은유인가요?

    2016.10.14 10: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본문에서 나오는 내용은 아니고 작품 해설에서 이 얘기를 해요. 초보님 말씀이 맞아요. 물질적인 삶에는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나는 스트릭랜드의 삶을 달과 6펜스로 비유한거라고...

      2016.10.18 16:48
  • 파워블로그 나난

    아주아주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에요. 다시 한번 읽어줄 필요성이 절실한 고전들입니다.

    2016.10.14 11: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저도 초등학교때 한번 읽었었어요. 삼촌이 읽고 독후감 쓰라고 하면서 사 줘서 읽기는 읽었는데, 처음 읽는것과 똑같았답니다. 고전은 역시 고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평범해 보이는 스토리인듯 해도 문장 하나하나가 참 와 닿는 게 많은것이 큰 매력이네요. 이 책뿐만아니라 새로이 만나게 되는 고전들은 대부분 실망 시키지 않는것 같아요.

      2016.10.18 16:51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예술가는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얼마나 그걸 하고 싶으면 가족을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내 남편이거나 아내이면 너무 싫겠지만
    예술가 혹은 한 개인으로 보자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렇게 살지 못했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에 미쳐보는 것. 이 얼마나 매력적일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2016.10.14 16:3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그렇죠. 제 남편이라면 팔짝 뛸 노릇이죠.
      저런 행동을 하고 뛰쳐나가서 천재예술가가 되었기에 망정이지 모두가 다 그런것도 아니고...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저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죠.
      꿈에님도 그런 기분을 지금 느끼고 계실것 같은데요^^ 멋져요~

      2016.10.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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