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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도서] 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저/양윤옥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연애소설!' 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단정해도 되는걸까?  책장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깔끔하고 담백하다라는 거였다. 줄거리를 떠나서 다양한 생각들이 오가는 소설이었는데, 너무나 좋은 느낌이다. '마티네'란 연극,음악회,오페라 등의 낮 시간이 자유로운 학생과 주부들도 즐길 수 있게 시간대를 넓혀 대상을 확대하려는 예술경영 전략이라고 한다. 아주 건전한 마티네에서 따온 제목과 표지의 산뜻함 만큼이나 통속적이지 않은 사랑에 관한 매뉴얼을 본듯하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는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친 날에 프랑스 RFP통신에 근무하는 기자 고미네 요코를 만났다. 첫 만남에서 주고 받은 대화, 그날의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그들의 미래 속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남게된다. 그만큼 첫 만남이 강렬하게 남았다는 것일테다. 그 만남 이후 이라크 바그다드에 파견된 그녀는 자폭테러에서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되었고, 마키노는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몇 개월후 두번째 만남에서 마키노는 사랑을 고백하고, 세번째 만남에서 요코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리처드라는 미국인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인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느낀 이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운명은 그들의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5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된 그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다.

 

 마키노와 요코가 첫 만남에서부터 주고받는 대화들을 듣고 있노라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때 외모가 첫인상을 많이 좌우하긴 하지만, 주고받은 대화가 어떠하냐도 중요할듯 싶다. 그들의 대화는 실제로 내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이 빠져 들게 했는데,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키노는 때때로 요코와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 좋겠다는 아쉬움을 가지는데, 가치관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행운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배우자라면 더더욱.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알 수 있었는데, 성격이 안맞아서라는 이혼 사유가 대부분 가치관이 다르고 대화가 통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단 세번, 만남의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닌가보다. 그게 바로 운명이라는 걸까? 그렇다면,

그들의 사랑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조금은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도 사랑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내 문제로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 강한 자존감이 때론 사랑의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을듯하다. 그런 생각들로 한번 타이밍을 놓치면 그 시간들을 돌리기는 불가능한 것인데,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운명적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그들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란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의 또 다른 선택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마음이 컸다.

 

 

 기타리스트인 마키노 덕분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 그것도 상당한 재미로 다가오고, 기자인 요코 덕분에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인 이슈와 더불어 난민문제등 국제적인 현안들이 많이 등장을 했는데, 깊이있게 생각해볼 문제들도 만날 수 있었다. 요코의 복잡한 가정사 속에서도 가족의 소중함, 아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을, 마키노의 개인사에서는 인간적인 신뢰와 책임감을 동반한 성숙된 사랑의 모습들을 보았다.

 

 마키노와 요코의 개인적인 매력에 푹 빠져버린 시간이었다. 한 번 빗겨간 그들의 운명적인 사랑이 5년 후의 만남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열린 결말로 남겨 두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난 그들을 믿는다. 내가 만났던 마키노와 요코라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을것이다.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님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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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히라노 게이치로가 사랑 이야기를 썼다고 해서, 그런 걸 쓰다니 했습니다 이 사람 책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좀 어려워서... 소설을 쓴 건 자기 자신을 알려고였다는 말을 했는데, 그러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봅니다 서로 잘 맞아도 아주 작은 일 때문에 헤어지기도 하는 듯해요 자존심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괜찮을 텐데... 운명이다 여겨도 엇갈리기도 하는군요 삶이 아주 끝나 건 아니니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겠죠 좋은 친구로 지내는 건 어떨지... 그건 어려울까요


    희선

    2017.06.01 00:5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일식의 작가로 알고 있지만 전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어요. 어려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었군요.이 소설은 어렵지는 않았고, 가볍지도 않았고.통속적이지도 않고 정말 잘 쓰는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둘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보니 방해 요소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자존심도 세우고 하다보니 원하는대로 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희선님 말씀처럼 다른 방법도 있는 거니까요? 꼭 어렵다고만은 할 수 없을것 같아요.

      2017.06.04 18:20
  • 스타블로거 초보

    ㅎ~
    저의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네요.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이 어긋났을 때, 그리고 28년후 뜻밖의 일로 재회하였을 때, 서로가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음을 알았을 때 남아있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또 할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요?

    2017.06.01 06: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오홋,초보님께 그런 아련한 기억이 있었군요. 한 편의 소설을 써도 될것 같은데요.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28년 전의 마음을 알았기에 너무 가슴 아팠을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을까요? 한 마디 한 마디 해 나가기가 쉽지 않았을것 같은데...

      2017.06.04 18:26
  • 스타블로거 적반하장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찾으믄 큰 일 나는거 아녀요? ㅋ 일본 소설에서는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참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전에 말한 적 있는데, 사랑에 대해서까지도 의리를 지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일본 정서인가도 싶고.

    2017.06.01 12:5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유부남,유부녀는 지금 옆에 있는 배우자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듣고보니 일본인들의 정서가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인것 같가든요. 우린 현재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의리를 지키자구요.^^

      2017.06.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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