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 너무 좋은 영화는 경험상 대개 2가지 부류였다.
하나는 말 그대로 정말 볼만한 재밌는 영화,
다른 하나는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취향에 따라 갈릴 영화.
즉, 극과 극인 경우가 많다는 말인데
아쉽게도 이 영화 'Up'은
좋은 평 때문에 보게 된 후자의 경우에 속할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게다가 한층 더 아쉬운 점은,
실망할 경우가 거의 없는 애니메이션 장르의 특성상
(무한한 상상력 표현가능, 재미를 보장하는 탄탄한 스토리)
이랬다는 게 더 많이 안 좋다.
그렇다면 왜 그리 실망스러웠는가를 말해야 하겠는데
";애니메이션 자체가 너무 철학적으로 치우친 느낌";을
그 이유로 들고 싶다.
5색 풍선들의 힘으로 하늘로 끌어올려진 집,
고집있어 보이는 노인과 엉뚱한 어린아이의 우연한 동행...
이 컨셉만을 놓고 본다면 관객으로 상상하고 기대하게 되는 건
기발한 모험기, 따뜻한 감동 등등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Up은 이 모든 기대에 대해
절반 정도만 에너지를 부여한 채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한다.
가장 어이없었던 내용은,
영화 상영시간의 상당부분을 집이 풍선을 타고 떠나니는게 아니라
고행하듯 노인이 줄로 묶어 끌고 다닌다는 설정이었다.
관객이 주로 볼 수 있는 건 풍선달린 집도 아닌
줄을 잡고 있는 노인과 그가 잡고 있는 로프!...
풍선을 타고 펼치는 비행은 초반 잠깐과 후반 약간을 빼곤 거의 없다.
악인의 캐릭터도 진정 악인일까 의아해지는 불행한 인생을 산 인물이다.
영화 제목인 Up과 발음이 같은 불교의 '업(보)'가 떠올려 질
시각에 따라서는 불교의 정신이 깃든 고행과 깨달음이 반복되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
그 와중에 그나마 웃음짓게 해주고 재미를 주는 건
목걸이 때문에 사람처럼 말할 줄 아는 개 '더그'가 주는 웃음과
주인공이 사별한 부인과의 추억이 나레이션처럼 흐르는 장면들이다.
이 2가지 요소만이
무거운 영화 Up이 유일하게 가진 재미이자 매력으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