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거주의 아시아계로써의 경험도 실려 있지만
전반적인 그녀의 정신적 문제들에 관한
그 원인의 식견에서 많은 통찰을 느꼈다.
어려울 수 있는 의학적 이야기가 그녀의 해석을 통해
쉽고 다가가기 쉬운 언어들로 바뀌는 경험.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된 키워드는 소속감.
하지만, 단순히 국가, 사회, 작게는 가정만을
소속되기 위한 대상으로써 언급하기 위한 전개만은 아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등장하지만
쉽게 볼 수 있었던 이야기가 좀더 세심하게 터치된다.
한 사례로 축구를 좋아하던 테드라는 소년의 이야기.
학교에 다니면서 별 문제가 없던 이 소년은
사소한 시작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게하는
심적 상태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집착하게 만든다.
자신을 주시한다고 느끼던 어느 날
그 아이에게 테드는 주먹을 날린다.
그러다, 그 일로 해꼬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스스로의 자책 등이 겹치면서 재발될 상황을 걱정하고
길마저 그런 불안을 줄일 수 있을
우회로를 찾는 등으로 피하게 된다.
그러다, 좋아하던 축구는 당연 더 이상 흥미거리가 아니고
학교를 다니는 것도 이젠 그의 삶에 필요치 않아진다.
결국, 의학적인 도움을 받게 되지만
편집과 강박이라는 병리적 접근을 처음에 시도하지만
점차 심리적인 부분으로 이 상황의 해결점을 찾는데 촛점이 모인다.
상담실을 나갈 때 의자에 머리카락 한올을 두고
그냥 뒤돌아 나오는 의지를 발휘하는데만 1시간.
이 아이의 사소한 변화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찌보면, 진전하는 변화가 아닌
이전의 모습 또는 평균적인 모습 정도의 회복을 위한
회복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게 동원된다.
결국, 다시 그 또래의 일상으로 복귀한 테드.
매우 단편적인 이야기지만,
이 소년이 사소한 시작으로 취약성을 보이고
점차 스스로 자신을 몰아가는 이야기도 잘 표현되어 있고,
만약 저자같은 시각을 가진 의사를 못 만났다면
궁극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진 못했을 것이고
당시 가장 가시적인 증상들을 위주로
환자로 명명해 놓고 진행되는 평균적인 치료만을 했을 것이고
그런 것만 필요한 아이로 이해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왜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지를 다루지
그 증상 자체를 다루려는 의사가 아니다.
성장과정의 취약성이나 애착이론 같은 이론을 돌아보면서도
그런 지식을 갖춘 관찰자더라도 놓치기 쉬운
저마다의 정신적 취약성을 매우 현실감 있게 소개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정도로 포괄적인 시각으로
환자 한명한명을 봐주는 의사가 있을까란 생각도 해보면서,
그런 노력을 굳이 안하는 정신과 의사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 비난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동시에 해보게 되었다.
이런 노력은 저자와 같은 통찰력 있는 접근도 필요한데다가
저자 스스로 겪은 의사이면서 환자와 비슷한
정신적 고충을 겪었던 경험을 자신의 진료에 잘 녹여냈기에
가능해진 수준높은 처방이 되었다고 느꼈다.
책의 말미쯤, 짧게 터치하고 지나가던
인지 부조화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참 좋았다.
학술적인 설명보다 철에 쓰는 녹처럼
자신을 부식시킨다는 양가적인 생각들의
폐해를 이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없을거 같았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상식들을
그녀의 안에서 한번 더 가공해서 제공하는
친절하고 센스 만점의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