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생각보다 위트가 담긴 책임에도
사례들 속 등장하는 인물들 사연 자체가
긍정적으로만 보기엔 힘들었다.
처음이 제니퍼였나, 그 다음은 패트릭,
그리고 다음은 토마스였던거 같다.
제니퍼는 조현병 환자.
부모에게 유전된 것도 있으리라 보인 그녀는
20살 이후 본격적으로 발병이 두드러졌다.
사실, 책에선 특별히 의학적으로 딱딱 끊듯
등장하는 사람들마다를 표현하진 않는다.
그냥 독자로써 기억을 쉽게 하고자
왜곡을 줄이는 선에서 떠올림 정도라 해두겠다
그녀의 증상엔 굴곡도 있고 변화도 있다.
긴장증이었던가, 몸이 굳는 듯한 시기도 등장했고,
조현병과 도파민, 그리고 파킨슨 병의 비교도 짧게 등장한다.
현대 의학에선 조현병은 도파민 과다로
파킨슨은 그 부족으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이 대치되는 2가지가 한 사람의 몸에서 보인다면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도 넌지시 제시했던 에피소드.
2번째 인물 패트릭.
스포츠를 즐기는 그는 코너를 돌던 도중
시속 80km의 벤에 치어 날아 올랐다.
큰 사고에 속했지만 물리적으로 그는 거의 회복한다.
하지만, 실제 뇌만은 그러지 못했다.
본인의 나이의 뇌상태보다 2배가량 노화된 검사결과를 보였고
군데군데 뚜렷한 손상의 흔적도 발견됐다.
이런 검사가 필요했던 이유는 변해버린 성격과 태도 때문.
그럼에도 어느 정도 패트릭은 말미쯤
정상소견에 가까운 정신상태로 회복된다.
정확히는 위태롭던 이상소견의 최고점에서
90%정도는 정상생활 수준으로 평가될 만한 상태로
유지가능하단 소견이 내려졌기 때문.
3번째는 토마스.
그의 병은 내인성 우울증으로
밖에서 시작된 게 아닌 내부적으로
깊은 우울을 지닌 채 살아가던 인물.
저자는 평범하게 그와 헤어진 어느 다음날,
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부검소견은 '차량 사고사'.
하지만, 누구도 이 소견으로 마음이 편해지진 않았다.
의사 포함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그의 사고가 다행히도 선택이 아닌
부주의한 사고로써 완벽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은 듯 해서.
내용은 마치 에세이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이렇게 초반은 몇몇 인물들을 중심으로.
몇몇 사람들이 가진 증상들과
저자가 의사로써 받아들이고 대처했던
방식 등을 보여주며 몇몇의 소재들을 컨셉으로 흘러간다.
이 정도만 들었을 땐 이 책이
일종의 사례집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진 않다.
저자는 정신의학과 심리학, 사회학이 결합돼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 많은 부분에서
진보된 의료가 가능해진 시대라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스스로 말하길 이 사실엔 맹점이 존재한다.
즉, 이걸 현장에 적용하는 사람들이
그 연구결과를 실효성 있게 적용하는데는
한계와 뚜렷한 개인차가 있다는 점.
즉, 빛나는 연구와 이론을 가지고
사람이 담당해서 적용할 때 생기는
측정불가능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
원서 제목 그대로를 옮긴듯한
'심연 속으로'의 심연은 abyss다.
예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그 영화의 제목 속 바다심해,
어비스가 바로 이 어비스다.
너무 깊어 빛이 다다를 수 없는 심해 속 상황이
인간 내면이자 뇌의 심연 즉
abbys(어비스)로 명명된 듯 했다.
에세이 빛깔의 인문서로서
문체와 서술이 매우 부드럽다.
바로 와닿는 대답이 아닌 같이 고민해보고 들려주는 식이라
명백한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힘든 부분 있을 수 있다.
작년 칼 세이건의 책을 읽었을 때
당시 굉장히 좋은 정신과 약으로 언급됐던
클로르프로마진도 우연찮게 이 책에도 짧게 등장한다.
이 약이 실제 유통시 이름은 제약사마다 달라지겠지만,
일단 이 약은 현재 그때처럼 인정받는 약은 아니다.
부작용도 부작용이겠으나,
칼 세이건의 책 속에서의 이 약 언급은
아마 70년대 후반이 배경이었다.
종교 말고 실제 도움을 줄 약을 믿으라는 내용이었을거다.
그땐 이 약이 검증받은 신약 수준이었을 걸로 추측.
그러나 가볍게라도, 이 약을 말해보는 이유라면,
어떤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읽고
느낌으로만 간직하게 된다면,
이런 사소한 부분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 지식을 얻게 되는거라
책이 오히려 사고의 오판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칼 세이건이 얼마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가?
그런 그의 책 내용 중 나왔던 시기를 감안 안한다면
매우 달라진 부분을 맹신하게 될 지도 모를터.
의학관련 책을 읽고 있자니 연결돼 들었던 생각이었다.
위의 3명을 굳이 언급해 본 이유라면,
실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와 같은 사람들 각자의 애환과,
의료진으로써 폭넓게 바라보려 한 저자의 그 시점이
대비되면서도 가볍게 읽혀 좋았었기 때문이다.
챕터마다 내용들이 그리 호흡이 길지 않아
읽어 나가기에 큰 무리가 없다.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로써가 아니라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지닌 정신적이자 심리적 문제들을
의학적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관조해 보는데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면 매우 유익한 독서도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