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참 재밌게 읽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재밌다고 쓰는게 순간 맞나도 싶지만
난 이렇게 재밌게 쓸 인생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기에
아마 저자 이세돌도 이런 나의 가벼운 표현을 기분좋게 생각하고
이해해 줄 수 있리라 믿으며 그냥 써보려 한다.
이세돌의 길다곤 할 순 없지만 그의 살아온 얘기를 들은 후
지금 이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의 아버지다.
아버지...섬이란 외진 지역에서 이세돌이 바둑기사로
클 수 있게 된 길의 첫시작을 열어준 그의 아버지.
그의 아버지가 골프선수였다면 이세돌은 골프선수가,
아님 아버지가 법관이었다면 이세돌은 법관이 됐을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아버지는 한국에 이세돌이란
유명한 바둑기재를 탄생시키는 초석도 됐지만
그의 막내아들 이세돌에게 평생 걸어갈 방향으로
바둑이란 이정표를 인생초반에 이미 쥐어 주었다.
지금 이세돌이 완벽하게 현 인생을 만족하고 있진 않을수 있더라도
어린 이른 시간에 목표를 잡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자체가
바둑기사로 그가 세운 어떤 기록과 그로인한 유명세보다도
이세돌 본인의 인생을 봤을 때 가장 정확했고 맞았던,
확인차 돌이킬 순 없기에 그렇다고 믿어줘야 할
최고의 스타트는 아니였을까 생각이 든다.
한 대회에서 열번 정도는 승부를 가리며 올라가야
보통 그 대회의 우승자가 된다는데
칼이 아닌 작은 돌로 줄쳐진 통나무판 전쟁터 위에서
돌을 칼처럼 써가며 싸우는 바둑기사들은 현대판 전사인가.
바둑도 수준높은 그냥 '게임'의 한 종류라고 부를 수 있으련만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러기가 싫어진다.
이세돌 본인은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는 건
말 만드는 사람들이 편하게 한편으로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다소 틀린 비유법이라고 한다, 맞는말 같다.
하지만 바둑기사인 그의 이런 표현 때문에 읽는 나에겐
오히려 바둑이 그가 삶에 대해 이런 말도 구사할 수 있게 해준
영특함과 깊은 속내를 키워주진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모든 걸 빠르게 이뤄온 이세돌은
만혼이 유행처럼 되버린 세상에서
결혼도 남들보단 빠르게 한 거 같다.
걸어온 많은 부분이 인생마저도 승부사처럼 보이게 하는데
그가 들려주는 세상과 바둑 그리고 자신을 보는
다양한 얘기들은 참으로 진중하고 차분하다.
이세돌은 자신이 보일 40대 이후의 프로기사로써의 행보를
낙관하지 않는단다, 몸이 아닌 머릴 주로 쓰지만
이쪽 세계도 몸위주로 뛰는 프로 운동선수들처럼
40대 이후엔 예전의 기량발휘가 안되는게 상식이라 한다.
조훈현씨의 예는 매우 이례적일 뿐이라는게 그의 설명.
바둑을 몰라도 재밌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의 얘길 들으면서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봤고 젊은 그에게서 많이 배우는 시간도 됐다.
바둑에서 만큼 모든 일에서 성공을 기대하고 빌고 싶게 만드니
이세돌 기사가 '쎈 돌'이긴 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