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면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고 전달하기 힘든 책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최고인거 같다.
우선 내가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서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예수의 일대기를
따라가고 이해하고 기억하기도 바빴는데
작가 폴 존슨의 개인적 의견이
모든 얘기들에 분리되어 들어있는게 아니라
액체처럼 녹아들어 씌어 있기에
더욱 간단한 느낌정리는 힘들다.
그래도 좋은 책임을 증명해주는 분명한 이유들은 확연하다.
첫째, 폴 존슨이란 유명 역사가의 가장 최근 역작이고
둘째, 기독교적 역사관에 근거해 쓰여졌지만
같은 음식도 누가 조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맛을 띄듯
많이 듣고 보아 온 어떤 예수의 생애를 담은 책들보다도
전달받는 느낌은 폴 존슨만의 색이 있고 느낌이 분명하다.
신성한 얘기를 내가 맛에 비유한건 다소 송구하다.
그리고 셋째, 예상보다 짧고 간결하다.
정말 많은 얘기가 책속에 흘러가고 있는데
작은 우리에 코끼리도 들어있고 하마도 들어있는거 같다.
부담없는 분량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는 기분마저 든다.
끝으로 넷째, 서두에서 밝힌 집필방식.
대부분의 자세한 근거나 주석을 생략하기로 했고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에겐 따로 제시할 수 있다며
굳이 보여달라면 보여줄 수도 있다 언급한 부분.
이 부분에 대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믿을 수 밖에 없어서 믿고 읽는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믿어야 하는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
그의 어감에 담겨있는 듯해 그가 쓴 모든 스토리의
핵심을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해 준다.
알았던 얘기들이 대부분인데
지루하지 않고 새롭고
어떤 소설책보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어쩌면 주기도문 한번 낭송하면
이 책에 핵심 줄거리는 대강 요약도 될 수 있을거 같다.
그렇지만 누가 들려주는 재미난 영화의 스토리가
그걸 직접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경험이다.
이 책을 그런 영화라 생각하고 한번 읽어봤으면 싶다.
종교가 기독교이던 아니던간에.
90살이 다 되어가시는 영국의 한 역사가가
아직 이런 책을 낼 정력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의 재능과 남은 시간을 할애해
여러 사람과의 공유할 뜻으로 한글자씩
이 책을 써내려 갔던 걸 상상했을 때
더 즐겁고 경건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