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있음을 알고 읽은 책인데
그 반전보다 책 전반에 흐르는 '냉소적인 기운'을
이 소설의 문학적 미로 즐기며 읽었던 책이다.
주인공 토니나 자살한 에이드리언의 관계가
스토리를 이해하는데는 필요하겠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냉소적 기운을 이해하는데는
별 관계없이 받아들여 진다.
냉소적 느낌은 학창시절에서 노년까지 이어지는
주인공 토니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뜻한다.
이 주인공이 친하다 스스로 칭하는 친구들,
그와 교제했던 옛 여자, 이혼한 전처, 그리고 딸 등
그가 평생 맺어왔던 관계들이 일반사람들이
타인들과 살며 맺는 관계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지만
토니만의 삶의 방식은 지극히 건조하게 다가선다.
이 책이 영국작가가 아닌 프랑스 작가인가 싶을 정도.
그리고 떠오르는 또 다른 책은 데미안.
큰 플롯이 같지 않지만 싱클레어도 떠오르고
데미안도 떠오르는데 청소년 성장기를 다룬 소설도 아닌 것이
왜 그리 읽으면서 성장소설 같단 생각을 많이 주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철학적인 사유가 많이 느껴지는 문체 때문인 듯 한데
번역본보다 원작의 글에 매료됐다는 사람들의 평을 참고한다면
150여 페이지쯤 된다는 원서에 도전해봐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 싶다.
베로니카와의 성관계를 애인관계일 때가 아닌
헤어진 후에야 가능했다는 기억에
토니의 사람을 대하는 기본 방식의 상징성을 두며 읽기도 했던 책.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번역본의 제목은
실제 원제의 직역과는 차이가 있지만
위에서 말한 토니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한 과거 행적과
제목을 매치시켜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책을 다 읽을 때 즈음
전체적인 기본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반어적인 요소로 정리해 보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책을 덮으며 드는 짧은 소감 중 하나는
평범할 수 있는 인생 속에 다양한 슬픔이 녹아들게
스스로 자초하며 사는게 소설 속 가상의 주인공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하고 있는 어리석음은 아닌가였다.
짧은 인생 복잡하지 않게 곡선 아닌 직선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짧아도 교훈적인 내용으로 다가올 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