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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도서] 능력자

최민석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첫장부터 한동안 읽으면서 이런 책이 다있나 싶었다.
내가 난독증 환자도 아닌데 내용과 문체 모두
쉽사리 들어오지 않고 장난스럽단 생각만 많이 들었다.
그러다 익숙해지고 웃다 엄숙해지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을 넘어 잘 시간을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황정민이 주연했던 영화와 비슷한 소재였다고도 느껴졌고
굉장히 대중적으로 계산된 소설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흡입력과 진솔함 면에서 영화같이 읽히는 소설이었다.
책속 자서전 대필 작가가 진짜 작가 본인의 얘기는 아닌지
지금도 의구심이 들게 써놨다 생각들지만
그것 또한 소설에 작가가 심어놓은 트릭같긴 하다.
공평수란 주인공이 있어도 그의 자서전을 써야했던
작가 남루한과 그의 아버지 등 주변인물 또한
주인공 못지 않은 웃음과 매력이 있던 인물이라서
어떤 한 인물로 인해 재밌는 소설로 살고 죽는 작품이 아니라
주조연 모두가 잘해 소설 전체가 살아날 수 있었던
묘한 팀웍이 즐거웠던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다.
지금도 기억나는 웃음코드 중 하나는
한창 얘기를 듣던 대필작가 남루한이 얘기를 다 듣고나서
느낀 한 줄의 소감이 그의 얼굴에 펀치를 꽂아넣고 싶었다였는데,
앞선 맥락을 쭉 따라왔어야 서평에선 공감할 수 없을
터질 수 밖에 없는 웃음이라 공감할텐데
그래도 이 대목에서 터진 웃음이 소중하게 기억된다.
이 외에도 작가가 매 분위기마다 구사하는 반전매력에
웃음 여러번 터뜨릴 기분좋은 기대를 해봐도 실망하진 않을성 싶다.
그러다 웃을 거리가 많았던 여러 에피소드를 따라
흘러가던 이야기들은 점차 결말로 접어들면서
정리되고 다소 엄숙해진다 약간 매우.
그 엄숙도 그리 무겁진 않았지만 이런 정리의 기술들 때문에
이 책의 작가에게 상까지 주어지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의 처음과 끝에 모두 실제 작가의 글이 들어있는데
시작하는 글과 맺음글이라고만 하기엔
소설과 경계가 모호한 면도 많지만 이는 분명 소설의 일부는 아니다.
그의 맺음말에서 말한 '앞으로도 자신의 책들을 꼭 사달라'던 한구절은
농담같은 부탁조의 글로써 소설의 내용만큼 별미다.
어느 작가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써왔을텐데 이 책에서 뿐
어느 책에서도 이런 얘기를 못 들었단 사실을
순간 깨닫게 되면서 진짜 진심어린 그의 팬이
되주어야겠다는 대견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냥 팬심을 만들고 그런 팬심으로 연결되는 관계가 아니라
진정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그러다 그 직업에서 인정받고
선택받을 만한 창조물을 내놓으면서 사장되지 않을
관심을 떳떳이 요구할 수 있는 바람직한 관계가 지속될 거 같았다.
영화만 보지 말고 책을 많이 보자, 그리고 이런 '능력자'같은 책처럼
영화보다 재밌는 책을 만났음을 가끔 흐뭇하게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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