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유심히 보면, 연두들 속에서 일체화된 듯 편히 앉아있는 사람이 있다. 작가가 남성이며 식물들과 동거동락뿐 아니라 반려의 경지에 왔다는 느낌을 풍기는 일러스트라는 걸 알 수 있다. 세로로 쓰여진 제목<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만으로도 충분히 손이 가는 책이었는데, 프롤로그를 읽으며 오랜만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표현이 담백하고 예쁘다. 식물을 데려와 돌본다는 표현부터 같이 살면 싫어도 좀 참아줄 것도 생긴다는 표현까지 식물과 함께한 작가의 생활을 글로 만나는 맛이 있다.
목차 구성은 3부로 [나뉘어 같이 살아요,우리 / 내가 편애하는 식물/ 시 속의 식물이야기] 나뉘어 있으며 1부에 책의 반 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1부는 식물과 지내는 일상 속 이야기들, 2부는 특정 식물들과의 애정어린 이야기, 3부는 시와 시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있다.
'식물이 담배 냄새는 좀 싫어라 하겠지만 뭐 이건 어쩔 수 없다. 같이 살면 싫어도 좀 참아줄 것도 생기는 법이니까.'
개인적으로 웃음이 났던 부분이다. 관계를 맺으면 결국 싫어도 좀 참아줄 것들이 생긴다는 발상이 익숙하면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그 중심에 '꽃보다 연두'라고 표현되는 '식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로우면 꽃집을 간다는 글에서는 함께 꽃집앞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봄이라 더욱 꽃이 주는 위로가 너무나 달콤하기에 상상만으로도 그 곳에 걷고 있는 내가 보인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화분들을 둘러보았을 저자의 수필을 읽다가 '시'를 만나는 3부가 되면 저자의 본업이 시인이라는 게 확 느껴진다. 향이 질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표현된 시 <백합의 일상>을 읽으며 마치 시인이 시에 대한 심상과 제작배경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아 신선했다. 알고 읽는 시와 모르고 읽는 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식물도 만나고, 시도 만나고, 연두 속 삶을 엿보며 힐링하는 책,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를 만나 즐거웠다. 올 봄엔 나도 새로운 연두를 데려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