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려던 어느 날, 다락방에 밥상을 들고 올라가 먼지 쌓인 살림살이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허리를 쭉 펴면 정수리가 닿을 듯 말 듯한 높이의 낮은 천장은 아늑함마저 풍겼다. 한참 어두운 노란 불빛에 의지해 문제집을 풀고 있는데, 순간 검고 둥근 무언가가 왼쪽 손등을 빠르게 스쳐갔다. 화들짝 놀라 팔다리를 돌돌 말아 웅크리고는 주변을 살피니 왼쪽발치에 손가락만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재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굴러떨어지다시피 하며 탈출했다. 이마엔 땀이 맺혔다 이 사건 이후 나는 아끼던 ‘다락방’을 ‘창고’라 정정했고 단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 작디작은 나만의 우주는 콤콤한 노란 불빛 사이로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